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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14 10:38 수정 : 2009.05.14 10:38

군·안보부처 요구 수용, 인권침해 군사법원도 부활
진보세력 “약속 저버렸다” 강력 반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3일 국가안보를 이유로, 조지 부시 전 행정부 시절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미군 교도소에서 저질러진 수감자 학대사진 공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진 공개에 따른 직접적인 결과는 반미여론이 격화되고 우리 군대가 더 큰 위험에 놓이는 것"이라며 "과거 소수가 저지른 행위를 이해하는데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수감자 학대에 대한 추가 조사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측은 오바마 대통령이 학대사진 공개가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한 평가가 법원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며 법률팀에게 법적으로 사진공개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시민단체인 시민자유연맹(ACLU)이 정보자유법에 근거해 연방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사진공개 청구 소송에서 지난달 승소한 것과 관련, 법원 결정에 따를 것이라며 오는 28일까지 사진을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등 보수 성향의 의원들은 물론 레이먼드 오디어노(대장)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 등 군부가 사진 공개에 극력 반대하고 나서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과 다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멤버들도 오는 8월 대선을 앞둔 아프간 전략 수행에 차질이 빚을 수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국방부 측은 사진 공개는 테러조직 등 극단주의 세력의 병력 보충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해외 주둔 미군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5년 전 이라크 아브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벌어진 수감자 학대 사진이 공개돼 국제적인 공분을 샀고, 미 의회가 진상조사까지 나서는 등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시 이 사건으로 15차례의 국방부 조사와 군사법원 재판을 통해 400명이 넘는 미군이 구속되거나 처벌을 받았고 향후 학대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수감자 대우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최근 테러 용의자들의 재판을 위해 인권침해의 상징이던 군사법원을 부활시키는 방안을 이번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이 학대사진 공개방침을 번복하고 항소 등 법적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시민자유연맹 등 인권단체들이 즉각 비난성명을 내는 등 진보세력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시민자유연맹은 이번 결정은 투명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약속을 조롱거리로 만들었다고 비난했고, 국제엠네스티는 수감자 학대를 승인하고 정당화한 정부 관리들에게 '패스'를 준 것이라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학대사진 공개를 부시 시대 청산의 계기로 삼으려 했던 민주당 내에서도 반발이 예상된다.

AP 통신은 오바마의 이번 결정은 부시 정권 시절 고문에 관여했던 관리들을 조사하고 미국의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사진 공개를 추진했던 민주당내 진보 성향의 의원들에게 타격을 줬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테러용의자들의 재판 과정에서 기본권을 보장받도록 하는 등 법적 보호장치를 강화하는 것을 전제로, 공화당의 반대 입장을 수용해 군사법원을 부활키로 방침을 정하고, 이런 뜻을 13일 백악관에서 회동한 의회 지도부에 전달했다.

김재홍 특파원 jaehong@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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