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5.14 21:58
수정 : 2009.05.14 21:58
포로학대 사진 공개 반대…테러용의자 무기한 구금 추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군의 포로학대 사진을 공개한다는 방침을 13일 뒤집었다. 또 일부 테러 용의자를 무기한 구금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등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기조가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오바마는 13일 “반미 여론을 자극하고 미군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이라크와 아프간 등에서의 포로학대 사진공개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인권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의 요청대로 사진을 공개하라는 법원 결정에 따라, 오는 28일까지 관련 사진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상태였다. 이날 오바마의 결정에 따라, 법무부는 연방대법원에 항고하겠다는 뜻을 법원에 통보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4일 전했다. 외신들은 행정부가 국가안보에 미치는 악영향 등을 강조하더라도, 이미 하급법원이 인정하지 않아 연방대법원이 사진공개를 막을 가능성은 낮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오바마가 마음을 바꾼 데는 군 사령관들의 설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공개가 이슬람권 극단주의 세력을 자극하고, 탈레반 등의 선전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판단이 고려됐다. 2004년에도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에서 포로를 발가벗기는 등 학대사진이 공개돼 세계적 파문을 일으켰다. 오바마는 약 2천장에 이르는 문제의 사진이 “특별히 자극적이지 않다”면서도 “과거에 소수가 저지른 행위를 이해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바마의 결정에 인권단체 등은 크게 반발했다. 미국시민자유연합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도덕적 지위를 회복하고 투명한 정부를 이끌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방침과 정면으로 위배되는 결정이다”고 비판했다.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환영했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은 오바마 행정부가 관타나모 수용소는 폐쇄하지만, 일부 테러 용의자들은 재판없이 무기한 구금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14일 전했다. 이런 흐름은 부시 행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데 대한 안보불안을 불식시키면서 대테러정책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시도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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