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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15 18:03 수정 : 2009.05.15 18:03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장학금은 성적우수자 포상금(Merit-based Scholarship)이란 개념보단 경제적 필요성 자금지원(Need-based Scholarship) 성격을 띠고있다. 가관인 건 후자의 조건으로 성적이 우수할 필요조차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미국에서 아무 단서없이 장학생이라 함은 종종 가정형편상 학자금 면제, 때론 생활비 보조금까지 받는 걸 뜻한다. 동포 중 자기 자식이 장학금 받고 대학에 들어갔다는 자랑하고 또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그걸 무조건 공부 잘했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건 두 나라 장학금 제도의 차이점에서 오는 오해일 뿐이다. 미주동포 중엔 이러한 미국의 장학제도를 한국에서도 전적으로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 배경엔 그들이 미국에서 가난한 유학생일 때나 어렵사리 정착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최대수혜자로서 받았던 각종 혜택만 생각하고 사회 전반의 형평성과 경제적인 고려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비유를 하자면, 자식 따라 미국 이민 간 노인네들이 지금 같이 운영하다간 조만간 거덜날 미국의 사회보장제도의 근원적 문제점은 인식하지 못하거나 외면한 채 그만한 효자가 없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식이다.

자기 개인적 이익에만 치중한 그런 편협한 시각으론 한 제도를 객관적, 포괄적으로 검토하지 못하고 더구나 자국의 상황에 맞는지 판단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의 장학제도는 공평성이 절대 결여된 반자유경쟁주의며 그 결과 사회의 중추역할을 하는 중산층에게 가장 불합리한 모순된 제도일 뿐이다. 부모의 수입이 중하층/극빈층에 해당하면 각종 장학금을 받을 자격이 생긴다.

예를 들어, 어린 아이들 개인 사설 음악레슨부터 학교 수학여행까지..... 한 마디로 미국에선 중산층 부모가 경제적 부담으로 각종 사교육과 과외활동을 맘껏 시키지 못했다는 말은 할 수 있어도 중하 이하 계층 부모가 가난해서 제대로 사교육을 시키지 못했다는 말은 본인이 게으르기 전엔 성립하지 않는다. 이는 얼핏 훌륭한 사회복지제도 같이 보이지만 사람들에게 자식 교육에 대한 책임의식을 잃게 하고 가난을 벗어나려는 의지를 꺾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는 것이다.

장학금이란 이름의 눈먼 돈 교포인 내 먼 친척 하나는 비록 자신이 이민와서 경제적으로 성공하지 못했지만 자식 3명을 모두 사립 명문대학에서 무료교육 시켰으니 한국에 있었으면 60만 달러(일 년에 5만 달러로 4년 간 20만 달러이고 3명이니 합계 60만 달러)를 투자했어야 할 교육사업에 성공했다며 자축하곤 한다. 대학의 장학금 지급 기준이 부모의 재산과 수입에 따라 결정되니 생활 수준이 어느 정도 이하면 자식의 교육을 위해 저축한다는 개념은 무용지물이 된지 오래다. 오히려 50인치 벽걸이용 TV 살 궁리와 크루즈 여행 가려 살림을 쥐어짜긴 하지만 결코 아이들 대학교육비 걱정하며 한 푼 두 푼 저축하진 않는다.

지난 20 ~ 30 년 간 미국 대학들의 기부금(Endowment)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며 상위 그룹의 대학들은 이제 학생들에게 학비를 전혀 받지 않고도 학교를 흑자운영할 수 있을 만큼의 재정적 자유도를 확보하였다. 그런 연유인지 최근들어 아이비리그 대학 중 일부는 경제적인 이유로 지급하는 장학금 지급 기준을 중산층까지 (연소득 10만 달러 이하) 파격적으로 확대하였고 이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첫 걸음이며 절대 환영할 만한 조치다.


그러나 아직도 절대 다수의 대학은 여전히 중산층에게 상대적으로 가장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언급한 일부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새로운 규정은 특별히 재산이 많지 않은 연소득 6만 달러 미만 계층(중하층 ~ 턱걸이 중산층)에겐 학비는 물론 기숙사, 학교식당까지 이용하는 주거비용까지 전액(대략 연 5만 달러)을 면제해 준다. 맥주 사먹을 돈 구걸하는 정직한 거지 연소득이 6만 달러에서 10만 달러 사이 계층(중산층)은 부분면제 혜택을 받아 소득의 10%를 내게 한다. 즉, 부모의 연소득이 7만 달러이면 7천 달러, 10만 달러면 학비로 연 1만 달러만 내면 된다. 10만에서 20만 달러 사이(중상층)는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혜택이 대폭 줄며, 15만 달러가 넘어서면 다수의 자녀가 동시에 대학에 재학 중인 경우를 제외하곤 경제적 이유로 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이건 전국적으로 볼 때 두 손으로 꼽을 수 있을만큼의 극소수 대학에서나 행해지고 있지 대부분의 대학은 기본적으로 연방정부의 FAFSA(Free Application for Federal Student Aid)와 SAT를 주관하는 College Board의 CSS(College Scholarship Service)에 준하여 장학금을 지급하며 대표적인 중산층은 기껏해야 부분적인 학자금 보조나 학자금 융자를 받는 수준이다. 이러한 구조적 결함으로 중산층과 중상층이 마음대로 자식들을 사립학교에 보내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생기지만 저소득층은 그럴 이유가 없다. 심지어 상층 부모들도 '비용대비 최선의 선택(The most bang for the buck)'으로 주립학교를 선택하기도 한다. 뉴욕주의 경우 학비만 따져 사립학교는 연 3만5천 달러 주립은 5천 달러 수준이다.

솔직히 그만한 차이를 감수하고도 보낼 만한 가치가 있는 사립학교는 내 판단으론 없다. 미국 직장에서 일하다 보면 학벌의 영향력이 철저히 무시할 만큼 미미하다는 걸 직접 경험해 보지 않는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다. 대학교육은 의무교육이 아니고 개인의 선택사항이다. 그런데 왜 꼭 같은 대학 교육상품을 고객의 경제능력에 따라 다른 가격에 팔아야 하는지 난 이해할 수 없다.

내 자식이 그들과 같은 사립학교를 다니려면 내가 마치 빚을 진 것처럼 다른 부모 자식들 대학 학비에 생활비까지 아니 심지어 그 부모의 TV, 휴가비, 맥주값까지 보태줘야 하나? 한국의 유명 사립대학 정교수며 대기업체와 컨설팅 계약으로 풍족히 버는 기러기 아빠인 내 친구 하나는 가족이 모두 영주권자라 미국에선 무소득자로 분류되어 장녀가 대학 입학시 생활비까지 포함한 전액 장학금은 물론 여기 저기서 받은 장학금으로 첫 해에만 8천 달라가 넘는 흑자를 내 전 가족 휴가 여행비로 전용하기도 했다.

경제적인 이유론 절대 장학금을 받을 수 없는 연 20만 달러 이상 소득자도, 소득세, 부동산보유세 및 각종 세금 내고 사립학교 학비와 생활비조로 5만 달러 가까이 매년 지불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누구는 열심히 노력해서 경제적으로 성공한 삶이기에 삶의 질을 낮춰가며 자식을 교육시켜야 하고 누구는 그 반대여서 백지수표를 받는 시스템은 뭐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더구나 부모가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큰 혜택을 받은 아이들이 후일 자격증을 가진 고소득자가 되어도 자신이 받은 것만큼 사회에 환원하여야 할 의무사항은 전혀 없는 무책임한 시스템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누구는 중산층 부모를 가져 학자금 융자를 받고 졸업 후 박봉의 회사원이 되어서도 허리띠를 졸라매 갚아야 하고, 누구는 저소득층 부모 덕에 100% 공짜 교육에 100% 생활비까지 받고 아주 잘나가는 전문의가 되어 일 년에 수 십만, 심지어 수 백만 달러를 벌어도 단 한푼 사회에 환원하거나 학교에 갚을 의무가 없다면 그보다 더 불공평한 제도는 없을 것이다.

부모의 경제 능력관 별도로 본인이 어느 정도 자신의 고등교육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지는 것이 정상일 것 같다. 부모의 재정상태가 자식의 교육에 주홍글씨나 암행어사 마패와 같이 쓰여선 안된다. 내 사견으론 고등학교까진 의무교육이니 이해를 한다 해도 대학교육은 어떠한 경우에도 전액 장학금이 아닌 일부 학비융자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본다. 본인이 사회에 나가 자리 잡고 안정되었을 때 소득수준에 따라 융자 상환금액도 달라져야 한다. 일정 기간 후에도 경제적으로 계속 어려운 상황이면 그 때 재평가 받아 융자금액을 부분 또는 전체 감면받기도 하는 융통성 있는 제도가 바람직할 것 같다. 또 그래야 부모와 학생이 각각 자식과 자신의 교육을 위해 자력하였다는 자긍심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속담에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장학금에 관한한 공짜 점심은 널려있으며 잘살지 못한다는 것만 증명하면 영원히 무료급식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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