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5.21 09:23
수정 : 2009.05.21 09:23
FBI “테러용의자 본토 이감 안된다”
수용소 폐쇄 일정 차질 빚을 듯
오는 2010년 1월 중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 내 테러범 수용소를 폐쇄하려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행정부의 계획이 상원의 수용소 폐쇄 지원 예산 거부와 연방수사국(FBI)의 수감자 본토 이감에 따른 치안악화 우려 표명으로 차질이 예상된다.
미국 상원은 20일 913억 달러 상당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비 예산을 통과시키면서 행정부가 요청한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예산 8천만 달러는 '폐쇄 후 속 조치 미흡'을 이유로 삭감 조치했다.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공화당 측에 동조한 가운데 상원은 90대6의 압도적 표차로 수용소 폐쇄 예산을 삭감하면서 아울러 오바마 행정부가 관타나모 수용소로부터 수감자를 본토로 이송하는데 어떠한 예산도 사용할 수 없도록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상원의 예산 지원 거부조치에도 불구하고 당초 내년 1월22일로 약속한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계획을 그대로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백악관측은 밝혔다.
앞서 공화와 민주 양당 의원들은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와 관련, 후속조치 등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예산지원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민주당 상원 원내부대표 격인 딕 더빈 의원은 지난 19일 오바마 대통령의 관타나모 폐쇄 계획이 폐기된 것은 아니지만 폐쇄를 위한 예산 지원은 정부가 수용소 폐쇄와 수감자 이감문제를 다룰 수용 가능한 계획을 수립할 때까지 기다려야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빈 의원은 "행정부는 지금까지 계획을 가져 오지 않았다"면서 "관타나모 수용소는 폐쇄돼야 하지만 수감자들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대통령의 명령을 기다려봐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넬 의원은 지난 17일 '폭스 뉴스 선데이'에서 "대통령이 폐쇄 날짜를 정한 것은 실수"라며 "대통령은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입장을 바꿨고, 수용소 폐쇄도 조정할 필요가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상원의 예산거부 조치와 함께 로버트 뮬러 FBI 국장은 이날 하원 법사위원회에서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들이 본토로 이감될 경우 심각한 '테러확산' 위협이 예상된다고 증언해 '대책없는' 수감자들의 본토 이감에 부정적인 의회 입장에 동조하고 나섰다.
행정부측은 테러 용의자들을 본토로 이송하더라도 엄중한 경비의 교도소에 수감할 경우 안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해왔으나 뮬러 국장은 테러범 개인의 행동은 제약할 수 있으나 다른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재정지원과 다른 수감자에 대한 폭력적인 극단주의 이념의 주입 및 이에 따른 개별적인 테러 감행 가능성 등이 우려된다고 반박했다.
뮬러 국장은 테러 용의자들의 본토 교도소 이감을 갱단 두목이 교도소에 갇혀 있으면서도 조직을 계속 관리하는 것에 비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와 후속조치, 대테러 정책들에 대한 연설을 통해 보수파들에 의해 제기된 안보위험에 대한 비판을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아직 240명의 수용소 수감자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하지 않았지만 연설을 통해 수용소 기능을 폐쇄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의 대강을 밝힐 것이며 이와 관련해 일련의 결정 등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상원의 이번 예산지원 거부로 오바마 대통령은 내년 1월까지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약속을 이행하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화와 민주 양당 의원들은 이날 예산안을 삭감하면서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니며 수감자 이송문제 등 구체적인 후속 대응조치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든 만큼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후속 구체안을 제시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 연방판사는 이날 '테러와의 전쟁' 용의자들을 재판 없이 무기한 구금할 수 있는 행정부의 권한을 제한하는 판결을 내렸다.
존 베이츠 연방판사는 탈레반이나 알-카에다 등 테러단체 가입 여부와는 별도로 단지 이들에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용의자들을 재판없이 구금하는 것은 전쟁법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김재홍 특파원
yjyoo@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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