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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21 21:34 수정 : 2009.05.22 01:59

미 상원, 관타나모 폐쇄관련 예산 압도적 표차 부결
“수감자 14% 테러복귀” 보고서도…‘부시 청산’ 암초

관타나모 포로수용소가 미국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의회는 ‘국가안보’ 논리를 앞세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 오바마는 의회에 맞서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 의지를 재천명했다.

미국 상원은 20일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에 따른 예산 8천만달러를 지원해 달라는 오바마의 요청을 반대 90, 찬성 6의 압도적 표차로 부결시켰다. 민주당원까지 대거 가세한 결과다. 폐쇄 뒤 현 수감자 240명 중 몇 명을 석방하고, 몇 명을 다른 나라로 옮기고, 몇 명을 미국 본토로 이감할지 구체적 계획이 없다는 게 이유다.

공화당은 수감자를 미국 본토로 이감하면, “미국을 테러에 취약하게 만든다”는 국가안보 위협론을 내세웠다. 존 베이너 상원의원(공화당)은 “미국 땅에 절대 발을 들여놓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조차 오바마가 ‘핵심 국가안보 사안에 물렁하다’고 비판하고, 자신들도 국민들에게 그렇게 비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상원 표결 하룻만인 21일 오바마는 기자회견을 열어, “관타나모에 있는 쓰레기 더미를 청소해야 한다”며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수용소는) 세계에서 미국의 가장 강한 ‘통화’인 도덕적 정당성의 장애물”이라며 “우리의 노력은 우리의 가치와 헌법과 일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타나모 수용자들을 미국으로 옮겨, 철저히 감시하는 방안을 의회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를 주장하는 오바마의 논리도 ‘국가안보’ 위협론이다. 인권침해 논란으로 미국의 이미지를 추락시키고, 과격 이슬람 무장세력을 자극한다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오바마는 취임 사흘 만인 지난 1월22일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의 대외 이미지 개선을 위해 최우선 과제라는 판단이지만, 현재로선 애초 제시한 시한인 2010년 1월까지 수용소 폐지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국가안보’ 논리 앞에 오바마 스스로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인 면이 있다. 오바마는 관타나모 군사재판소를 폐지하겠다는 약속을 최근 뒤집고, 군사재판소 개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또 미군의 포로학대 사진을 공개한다는 방침도 지난 13일 철회했다. 이때 내세운 논리도 “반미 여론을 자극하고 미군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국가안보 위협론이었다.

이런 변화는 안보불안을 불식하면서 대테러정책을 재편하는 균형 잡힌 시도라는 분석도 있지만, 개혁 후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앤서니 로메로 미국시민자유연합(ACLU) 대표는 “오바마가 부시의 정책을 계속 따른다면, 부시의 정책은 역사책에 부시-오바마 정책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바마가 관타나모 수용소만큼은 폐지하겠다고 ‘마지노선’을 긋고 나선 것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공화당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공화당이 경제정책 비판이 먹히지 않던 터에 호재를 만나 정치적 승리를 만끽하고 있다고 20일 전했다. 조지 부시 전임 행정부의 딕 체니 부통령은 21일 오바마의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맞대응 기자회견을 열어 “9·11의 끔찍한 피해를 잊어선 안 된다”며 오바마를 압박했다.


김순배 류이근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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