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5.25 21:56
수정 : 2009.05.25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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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콜린파월, 딕 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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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니 “파월이 공화당 탈당한 줄 알았다”
미국 공화당 진로싸고 ‘강경·온건파 노선 대결’ 점화
체니 ‘관타나모 폐지’ 비판에 파월 “부시도 폐지 원해”
미국 공화당의 진로를 놓고 강경파와 온건파의 갈등이 불붙고 있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이 최근 ‘네오콘’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을 옹호하자, 당내 온건파인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이 반박하고 나섰다.
파월은 24일 <시비에스>(CBS) 방송에 출연해 “지지층을 확대하지 않으면, 공화당은 대단히, 대단히 좁은 지지기반 위에 머물게 될 것”이라며 “모두가 참여해 당의 미래를 토론하자”고 제안했다. 파월은 “우리가 오른쪽으로 더 가면서, 중도파·무당파를 민주당에 빼앗기지 않았나”라며 “당내 우파의 일방적 결정을 무조건 따라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공화당이 갈수록 보수화되고, 우파의 입김에 휘둘려 지지층을 잃었다는 반성이다.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도 파월을 지원하고 나섰다. 깅그리치는 “온건파가 없다면, 우리는 결코 주요 정당이 될 수 없었을 것이며, 내부 긴장 없이 전국적 정당이 될 수 없다”고 파월을 옹호했다. <로이터> 통신은 파월의 발언이 “오바마 취임 뒤 공화당의 미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격론을 보여준다”며 “공화당 내 온건파는 당내 보수파에 의해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공화당은 관타나모 포로수용소 폐지계획에 대해 ‘국가안보 위협론’을 꺼내들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맹비난해왔다. 대선 패배 뒤 몇달 만에 공화당이 호재를 잡았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체니 전 부통령이 ‘부시 유산 청산’이라는 오바마의 노선에 맞서, 공화당 보수파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체니는 수용소 폐지가 “미국 본토를 위협에 빠뜨릴 수 있다”며, 오바마를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서도 파월은 이날 “체니는 오바마뿐 아니라,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정책도 반대했다”며, 부시도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를 원했지만 체니가 반대했다고 비판했다.
파월의 이런 당내 비판이 얼마나 먹혀들지는 의문이다.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파월은 지난 대선 막판 오바마 민주당 후보 지지를 선언해 ‘배신자’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은 최근 “파월이 공화당을 탈당한 줄 알았다”고 비아냥거렸다. 공화당 우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라디오 앵커 러시 림보도 최근 “파월은 공화당 개혁에 관심있는 척 할 게 아니라, 민주당원이 돼야 한다”고 비난했다. 부시의 책사였던 칼 로브도 “체니에게 박수를 보낸다. 부시 행정부가 왜곡되는 상황에서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며, 체니가 최근 잇따라 오바마 행정부를 비난한 것을 지지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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