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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8 19:44 수정 : 2005.06.28 19:44

단기금리 올려도 장기금리는 하락
그린스펀도 해답 못찾아 연준 최대숙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9~30일(현지 시각) 열리는 회의에서 초단기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올릴 게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이미 연준 안에서 금리 인상은 대세를 이뤘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이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는 이 문제보다는 장기금리 하락 문제를 두고 실질적인 토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뉴욕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연준이 단기금리를 계속 올리는데도 왜 장기채권 금리는 내림세를 멈추지 않는 것일까? 통상적으로 장기채권은 오랜 기간 돈이 묶이는 탓에 위험부담이 커 단기 금융상품보다 수익률이 높다. 하지만 연준이 지난해 6월 이후 8차례 단기금리를 인상했지만 대표적 장기금리인 미국 재무부 10년만기 채권 수익률은 4.70%대에서 3.90%대(27일 현재)로 되레 떨어졌다. 게다가 고유가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고, 경상수지 적자도 큰데다 경제성장률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들 요인은 그동안 대체로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장기금리 하락은 다른 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니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린스펀 연준 의장은 이런 상황이 “최근에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라며 ‘수수께끼(conundrum)’에 비유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대공황이 휘몰아쳤던 193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는 우울한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장기금리 하락세는 특히 미국 경제에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다. ‘주택시장 버블’ 등이 상당부분 여기에서 비롯된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장기금리 하락이 주택저당 대출 이자율을 내리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연준의 금리 인상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음을 말해준다. 펀드매니저와 투자은행들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일정한 수익을 확보하려면 위험부담을 더 안을 수밖에 없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투자자들이 “낮은 수익을 감수하면서 수익이 높아지기를 빌든지, 아니면 위험부담이 큰 자산을 좇든지” 위험한 선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안의 중요성을 반영하듯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수수께끼 풀이집을 선보이고 있다. 클린턴 정부 당시 재무부 부장관을 지낸 로저 알트먼(현 에버코어파트너스 회장)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장기금리 하락과 관련해 △채권시장 과열론 △경기침체 예고론 △미국 밖의 과잉(외환)유동성론 등 3가지 분석이 많이 들먹여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밖의 과잉유동성론에 손을 들어줬다. 아시아권 중앙은행과 투자자들이 달러가 넘쳐나지만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고 환율 관리도 필요해 이들 달러를 미국 장기채 구입에 쓰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나마 미국의 채권 수익률이 다른 나라들보다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동국가들의 넘쳐나는 달러 등도 마찬가지다. 마틴 울프는 비슷한 맥락에서 (미국 밖의) 저축 과잉을 주된 이유로 본다. 다른 전문가들도 알트먼이 지적한 3가지 해석과 비슷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린스펀 자신도 최근 경기침체 예고론 등 몇가지 ‘가능한’ 설명을 내놓았으나 스스로 어떤 설명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듯하다.

내년 2월 물러날 예정인 그린스펀으로서는 이래저래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원인 분석이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적절한 대책이 나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붙여준 ‘마에스트로’라는 칭호가 훼손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가 얼마 전 의회에서 “연준이 이(장기금리 하락) 문제(풀이)에 상당 시간을 쓰고 있다”고 말한 것은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이경 기자 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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