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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9 18:03 수정 : 2005.06.29 18:03

캐나다 주재대사 등 35명
선거자금 기부자들로 임명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데이비드 윌킨스(58)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원의장은 미국의 21번째 캐나다주재대사에 임명된 데 대해 “신의 뜻”이라고 말했다. 34년 전 나이애가라폭포를 구경간 게 유일한 캐나다 방문 기록인 윌킨스가 본인도 놀랄 대사직에 임명된 것은 25년간 공화당 출신 주하원의원이라는 경력보다는 20만달러 이상 선거자금 기부자에게 부여하는 공화당의 ‘레인저’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캐나다 언론들은 메사추세츠 주지사 출신의 보수주의자가 가고, 동성애 문제 등에 아주 편협한 남부 출신의 더한 ‘꼴보수’가 오게 됐다고 비야냥거리고 있다.

지난 4월 윌킨스를 시작으로 파이오니어(10만달러 이상 기부·모금자), 레인저, 수퍼레인저(30만달러 이상 기부·모금자) 30여명이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주요국에서부터 모리셔스, 바하마 등 경치좋은 나라의 대사로 지명 또는 내정됐다.

최근 독일대사로 지명된 ‘수퍼레인저’ 출신의 로버트 팀킨(66)은 독일계답게 독일대사 직을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매출 45억달러의 볼베어링 업체를 경영하는 팀킨은 아버지 부시의 선거운동 때도 한몫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지난 대선 때 오하이오주가 대선결과를 좌우할 ‘스윙스테이트’로 분류되던 지난 10월 부시 대통령이 오하이오주 캔턴에 있는 팀킨의 볼베어링 공장을 방문해 감세정책을 발표했고, 공화당 전당대회 때 당원 대표로 투표에 나설 만큼 골수 공화당원이다. 아버지 부시 이후 국방부에 납품되는 베어링의 60%가 팀킨의 회사 제품일 정도로 공화당 지지의 덕을 톡톡히 봐왔다.

이밖에도 캘리포니아주 벤처 투자은행가 출신의 파이오니어인 로널드 스포글리는 이탈리아대사에, 부시 대통령의 조카사위이자 레인저인 크레그 스타플레턴은 프랑스대사에, 영국대사 자리엔 캘리포니아주 자동차 딜러 출신의 로버트 터틀이 각각 지명됐다.

거액 정치자금 기부자들에게 대사 자리를 주는 건 백악관의 오래된 전통이 되다시피했다. 대사 자리를 못 주게 된 백악관이나 크로포드목장에서 하룻밤을 자게 하는 특혜를 주거나 국빈만찬 초청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대사를 원하면 적어도 25만달러를 내라고 하라”고 비서실장에게 지시했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불문율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치자금 기부가 대사 임명의 고려 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법률(1980년)이 있지만, 이를 지키는 대통령은 없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예외는 아니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과 다른 점은 대사직 외에도 행정부의 다른 요직까지 ‘논공행상’ 대상으로 확대한 점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보수적인 정치잡지인 <내셔널저널>은 “부시 1기 때 정치적으로 임명된 35명의 대사들이 1999~2000년 선거운동 당시 기부·모금한 평균액수는 14만 1110달러”라고 보도했다.

이라크 침공 이후 극도로 악화된 대미 세계여론 등을 감안할 때 외교 경험이 전문한 선거자금 모금자들이 제대로 외교 활동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미 행정부 내에서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이런 외교 문외한들의 재임 중 활동에 대한 혹평은 심각한 수준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에 갈리게 된 윌리엄 패리시 현 대사는 외교적 활동 못지 않게 경마장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 ‘말주인’이라고 평했고, <슈피겔>은 지난 2월 이임한 대니얼 코츠 독일대사가 3년반을 살고도 겨우 독일어 몇 마디밖에 하지 못했다면서 이들 정치적 대사들은 ‘취미로 하는 대사’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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