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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성인 넷 중 셋 “DVD로 즐겨” 배트맨도 할리우드를 구하지 못했다! <배트맨 비긴즈>가 6월 셋째주에 이어 넷째주에도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고수하면서 2680만달러(약 274억원)를 벌어들였지만, 미 극장가는 20년만에 최악의 침체기에 빠져들고 있다. 6월 마지막 주말 동안 <배트맨 비긴즈>를 비롯한 상위 12개 영화는 1억1650만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 줄어든 것이다. 극장 입장객은 지난해 대비 10% 감소했다. 이로써 미 극장가 수입은 18주 연속으로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미국 극장가가 흥행수입을 공식적으로 집계하기 시작한 1982년 이래 가장 나쁜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17주 연속 전년 대비 수입이 줄었던 1985년이 최악의 기록이었다. 이에 따라, 미국 언론들은 ‘20년 만의 침체’를 우려하는 기사를 연일 내보내고 있다. 특히 휴가 등으로 관객이 많은 여름 시즌의 흥행성적이 한해 전체 수익을 가늠하는 지표여서, 6월의 초라한 성적은 올해 전체 성적도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을 만들어내고 있다. 미 영화업계에선 보통 전몰장병 기념일(5월 마지막 월요일)부터 노동절(9월 첫 월요일)까지의 흥행수입이 그해 전체 흥행수입의 40%를 차지한다. 성적이 부진한 첫번째 원인으론 화제작이 없다는 점이 지적된다. 지난해 멜 깁슨 감독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기존의 블록버스트를 뛰어넘는 메가 블록버스트였고, 심지어 다큐멘터리였던 <화씨 911>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비롯해 지난해 개봉한 <슈렉 2>와 <스파이더맨 2> 등 3편이 역대 영화 흥행 순위 10위권 안에 진입했다. 반면, 올해 유망주였던 <스타워즈 에피소드 3>은 지난달 26일 현재 흥행수입이 3억6천만달러에 불과해 기대를 배반하고 있다.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이유는 ‘디브이디 시장 확대’라는 영상시장의 구조적 변화다. 북미 디브이디 시장은 90년대 후반부터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 2004년에는 전년에 비해 48%나 급증한 15억1800만장의 디브이디가 출하됐다. 업계에선 올해 디브이디 판매와 대출 수익이 지난해에 비해 20% 정도 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에이피통신>과 <에이오엘뉴스>가 지난달 13∼15일 미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4명 중 3명(73%)이 영화관에 가는 것보다 디브이디로 영화 보는 것을 즐긴다고 대답했다. 비디오의 등장은 오히려 영화관을 부활시켰지만, 고화질 고성능의 디브이디는 관람객을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지금 같은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지면 할리우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처음으로 관객 수와 흥행수입이 3년 연속 감소하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미 영화관 입장객 수는 2002년 16억3000만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서 2004년 입장객 수는 2년 사이 1억명이 줄어든 15억3000만명에 그쳤다. 2004년 흥행수입은 전년 대비 1.4% 늘어 94억달러에 달했지만, 극장 입장료가 올랐기 때문에 사실은 큰 의미가 없다. 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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