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25 18:34
수정 : 2005.07.25 23:17
“조직 노동운동 쇠락 막지못하고 있다”
서비스연맹 등 4개 노조 AFL-CIO 탈퇴 움직임
미국의 조직노동자들을 대표하는 산업별노조총연맹(AFL-CIO)이 끝내 분열 위기를 맞았다.
총연맹 안의 최대 조직인 서비스노조국제연맹(SEIU)과 전미트럭운전자조합(팀스터스) 등 4개 노조는 총연맹이 조직노동의 쇠락을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25일 시카고에서 열리는 총연맹 연례총회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24일 밝혔다. 특히 서비스노조국제연맹과 전미트럭운전자조합은 25일 총연맹 탈퇴를 선언할 것이라고 <에이피통신>이 익명의 노조 간부들 말을 따 보도했다. 식품상업연합노조(UFCW) 등 2개 노조도 뒤따라 총연맹을 이탈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들 4개 노조 조합원이 총연맹 전체 조합원(1300만명)의 3분의 1에 이르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전국 단위 노조연합체인 총연맹이 쪼개지는 사태는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노동운동의 개혁을 앞세운 ‘승리를 위한 변화’ 그룹의 주축인 이들 노조는 총연맹에 맞서는 새 노조연합체를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그룹 의장인 애너 버거는 24일 “우리들 사이(총연맹과)의 차이점은 풀 수 없게 됐다”며 “오늘은 미국 노조의 힘이 다시 태어나는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자금 지원 받는 민주당선 걱정”
하지만 다른 많은 노조 지도자들은 서비스노조 등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노동운동을 손상시킬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전했다. 노조가 고유 임무인 임금 인상이나 의료보장 확대 등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내부 싸움을 하도록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미공무원연합(AFSCME)위원장인 제럴드 매켄티는 “이 소식을 듣고 행복해할 사람은 조지 부시 대통령과 노조를 약화시키기 위해 노력 중인 그의 패거리들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총연맹이 쪼개지면 민주당에도 걱정거리가 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민주당은 대통령 선거 등 중요한 선거 때마다 총연맹의 자금과 인력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승리를 위한 변화 그룹의 일부 간부들은 존 스위니 위원장이 민주당 편향적이라고 비판해왔다. 총연맹의 분열은 노조와 사용주 관계, 다른 나라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 등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른나라와 FTA 체결에도 문제
1930년대 이래 조직노동의 최대 분열 사건으로 기록될 이번 사태는 어찌 보면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세계화와 자동화의 급진전, 제조업 중심 경제에서 지식기반 경제로의 산업구조 변화로 조직노동자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노동지형이 급격히 달라지고 있는데도 총연맹이 무기력하게 대처한 데서 빚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50년 전 노동총연맹(AFL)과 산업별회의(CIO)가 합쳐질 때만 해도 노동자 3명당 1명이 조합원이었으나 지금은 조직률이 12%에 지나지 않는 게 이를 말해준다. 민간부문만 따지면 조합원 비율은 더 떨어져 8%밖에 안된다. 노동운동의 위기라고 해도 그르지 않은 셈이다.
이에 따라 개혁 그룹들은 그동안 총연맹이 산하 소규모 조합을 통폐합하고 조직을 활성화하는 데 예산을 더 쓸 것 등을 요구해 왔다. 최근 들어서는 스위니 위원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미국 노동운동이 지금의 위기국면을 뚫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경 기자, 외신종합
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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