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도 지난달 18일 "전쟁은 언제나 해결책으로 제복을 입은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에 `대테러 전쟁'이라는 용어의 사용에 반대해 왔다"면서 "테러는 그들(극단주의자들)이 사용하는 방법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미국에 대한 위협을 `폭력적 극단주의'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당시 "이슬람과의 분쟁은 단순한 대테러 군사 전쟁 이상의 것"이라며 "미국은 극단주의자들의 `부정적 비전'에 대해 맞서면서 긍정적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알-카에다 등 테러단체들과의 싸움에서 군사작전 못지않게 이념적 투쟁을 강조하기 위해 대테러 전쟁이라는 구호를 변경하고 있다고 분석했었다. 미 행정부는 이같은 용어 변경에 대해 일부 언론이 미국의 대외정책의 변화로 연결짓는데 대해 우려스런 반응을 보여왔다.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 정작 부시 대통령은 럼즈펠드 장관 등 일부 고위관료들이 내부 토의과정을 거쳐 지난 수주간 의식적으로 거론해온 "폭력적 극단주의에 대한 전지구적 투쟁"이라는 용어에 대해 단 한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시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새로운 용어 변화가 지난 2001년 9.11 테러 참사 이후 일관되게 사용해온 용어에 배치되는 것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럼즈펠드 장관 등이 `전쟁' 대신 `폭력적 극렬주의에 대한 전세계적 투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 부시 대통령의 사전 내락없이 이뤄진 것인지, 아니면 정세변화를 감안해 부시 대통령이 스스로 번복한 것인지는 아직은 분명치 않다. 어찌됐건 부시 대통령은 이날 `전쟁'이라는 용어를 13차례나 사용함으로써 분쟁시 군사적 대응을 내포하겠다는 의사표시와 함께 미국의 정책에 아무런 변화도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부시 대통령은 "우리는 9.11 테러 당시 우리를 공격한 적들과 지금도 전쟁중"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물론 부시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용어가 일부 극단주의자들이 내세우고 있는 명분을 충족시키는데 이용될 뿐 전체적으로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론에 대해서는 일단 수긍하는 자세를 보였다. 이렇게 되자 럼즈펠드 장관도 한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는 " 일부 사람들이 아직도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느냐고 묻는데 분명히 말해 전쟁중이며 테러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은 공격하는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이 9.11 테러 이후 이를 정확하게 규정해 왔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 정리는 그러나 이슬람 극단주의에 외교적으로 접근해온 기존 방식에 일대 수정이 이뤄지거나 온건 이슬람 세력과의 유대 강화를 통해 이슬람 극단주의 문제를 공격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으로 연결될 지는 아직은 분명치 않다는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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