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부유층 재산은닉용 지하벙커

브라질에서 신변보호 및 재산은닉을 위해 100여개의 지하벙커가 운영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일간 폴랴 데 상파울루가 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 보안전문회사의 조사를 인용해 상파울루를 비롯한 브라질내 주요 도시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가 사용했던 것과 같은 지하벙커가 102개나 존재한다고 전했다.

이번에 발견된 지하벙커들은 대부분 강ㆍ절도 등으로부터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일부는 범죄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안전가옥'이라고 이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지하벙커가 가장 많은 지역은 브라질은 물론 중남미 최대의 경제 중심지인 상파울루 시로 모두 64개가 개인 주택이나 회사 건물의 지하에 위치하고 있다.

보안 전문가인 리카르도 실렐리(48)는 "지하벙커 건설은 지난 1999년께부터 주로 브라질과 콜롬비아에서 일부 특수계층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면서 "지하벙커는 주로 도시폭력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마치 해변의 외딴 지역에 있는 주택이나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운 농장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렐리는 그러나 "전체 지하벙커 가운데 30%는 쓰임새도 있고 실제로 필요하기도 하지만 나머지는 지나친 피해의식을 갖고 있거나 과대망상 증세가 있는 사람들이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행가와 기업인 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실렐리는 "별다른 필요성도 없이 지하벙커를 만드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에게 지하벙커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면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 만큼 자신이 받을 대가도 크기 때문이다. 지하벙커는 크기와 정교함 정도에 따라 제작비가 최저 5만달러에서 많게는 100만달러까지 다양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대부분 정사각형으로 이루어진 지하벙커는 벽면 전체가 두꺼운 콘크리트로 둘러싸여 있으며, 방탄 처리된 출입문과 견고한 열쇠를 설치해 외부 침입을 철저하게 예방하고 있다.

또 자체 발전기와 상ㆍ하수도 시설, 전화선, 휴대전화용 안테나, 응급의약품, 비상식량 등을 갖추고 있어 마치 전쟁터의 방공호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고 신문은 그림과 함께 지하벙커의 구조를 소개했다.

상파울루주립대학(USP) 사회폭력센터 관계자는 "브라질의 개인보안장비 시장 규모가 해마다 20% 정도씩 성장하고 있으며 연간 매출액은 10억달러를 넘는다"면서 "지하벙커는 도시폭력의 증가로 인해 개인 차원의 보안도 점차 정교해지고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