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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16 19:28 수정 : 2005.08.16 19:30

미국 전역해병, 집앞 군중에 총격…2명 부상 불면증·스트레스장애·만성분노에 시달려 “총 없으면 불안”…치료 안될 땐 사회 위협

이라크전 후유증을 겪던 미국 해병대원이 군중을 향해 총을 쏴 2명이 다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라크전 공로로 지난달 <해병대타임스>로부터 ‘올해의 해병상’을 받은 전역 해병대 병장 대니엘 코트노이어는 14일 새벽 매사추세츠주 로렌스에 있는 자신의 집 앞 유흥가에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총을 쏴 15살 소녀와 20살 청년이 다쳤다고 <에이피통신> 등이 전했다. 코트노이어는 누군가 침실 창문에 병을 던져 위협을 느꼈기 때문에 그들을 해산시키려고 총을 쐈다고 해명했다.

그의 변호인은 “위협적인 상황에서 군대식으로 대응하다가 이번 사건이 일어났다”며 그가 지난해 이라크에서 돌아온 뒤 정신적 문제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코트노이어는 이라크에서 미군 전사자들을 매장하는 주검 처리를 맡았으며 이 때문에 큰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에이피통신>은 보도했다.

이라크전에서 돌아온 미군들의 정신적 고통 문제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스티브 맥마스터는 수면제 없이는 잠을 못 잔다. 그는 이라크에서 길거리에서 구걸하던 소녀가 화물차에 치여 주검이 산산조각 난 것을 본 뒤 불면증과 거식증에 걸렸다.

또 이라크에서 돌아온 뒤 총을 몸에 지니고 있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애론 존스는 “이라크에서 1년 동안 잠 잘 때도 머리맡에 총을 두는 등 항상 총과 함께였다”고 말했다.

워싱턴에 있는 미 육군 산하 월터리드 병원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참전 군인들을 조사한 결과, 이들 가운데 6명에 1명 꼴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와 우울증, 만성적 분노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3년 3월 이라크 침공 이래 42만5천명의 미군이 이라크에서 복무했기 때문에 약 7만명이 이런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셈이다.

지난 12일 이라크전 참전 병사들의 정신적 문제를 5차례에 걸친 시리즈로 다룬 <비비시방송>은 지난 3년간 미 육군 병사들의 이혼율이 3배로 증가한 것도 이라크전과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미군뿐 아니라 영국군 사이에도 이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라크에서 통신병으로 일하다가 2003년 8월 영국으로 돌아온 마틴 해자드는 귀국한 지 2년이 넘었지만, 3시간 이상 잠을 자지 못한다. 영국의 퇴역군인단체는 이라크전 참전 뒤 정신적 고통을 겪는 병사를 50명 이상 치료했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을 치료해 온 정신과 의사 조너선 섀이 박사는 “전쟁터에서 분노를 제외한 모든 감정을 억압당하던 병사가 가족과 일터로 돌아와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한다. 캘리포니아에서 퇴역군인과 그 가족을 위한 단체를 운영하는 존 헨리 파커는 “정신적 고통을 겪는 참전 군인이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등 위험한 존재가 된다”고 말했다.

보통 이런 증상을 앓는 사람들이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기까지 14∼15년이 걸리기 때문에 앞으로 수년 동안 미국과 영국에선 이런 병사들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비비시>는 예상했다.

강김아리 기자, 외신종합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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