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21 20:54
수정 : 2005.08.21 21:52
국제전범재판서 ‘미국인 면책’ 동의 안한 나라 원조 삭감
미국인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기소권 면책에 동의하지 않은 나라들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원조 삭감 정책을 두고 안팎의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신문은 원조 삭감 대상국인 중남미 나라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미국 내부에서조차 “원조 삭감은 마약이나 테러를 막기 위한 국가간 협력 가능성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 2003년 전쟁 등 반인류적 범죄를 단죄할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형사재판소(로마협약)에 미국인이 기소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협약 비준국을 상대로 개별적인 면책 협정을 체결해 왔다. 이 과정에서 협정 체결에 응하지 않은 국가들에 대해선 군사 교육 및 장비 지원을 중단하거나 대폭 삭감해 왔다.
미 행정부 관리들은 지금까지 100개국 이상이 면책조약에 동의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들 국가는 미국의 원조에 크게 의존하는 가난한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로마협약 비준국 가운데 53개국이 미국의 협정 체결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특히 중남미에서 미국이 지원하는 경제 정책을 거부하며 권좌에 오른 좌파 정권들은 이 조약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대우루과이 원조를 2003년부터 150만달러, 코스타리카는 50만달러, 볼리비아는 150만달러 삭감했다. 중남미 군 장교들이 미국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미국의 국제군사교육훈련 프로그램’ 수혜자는 연평균 3천명에서 770명으로 확 줄었다.
미국의 원조금에 크게 의지하고 있는 나라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카리브해의 섬나라인 도미니카는 40만달러가 삭감돼, 2년 동안 해안 경비 활동에 지장을 받았다. 예산 부족으로 마약 운반 감시, 실종된 어부 구출 작업 등을 원활히 할 수 없게 됐다. 도미니카는 결국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쌍무 면책협정에 서명했다.
한편 ‘국제형사재판소를 위한 동맹’이라는 단체는 미국인 면책 조약에 서명한 나라들 가운데 3분의 2가 입법기관의 비준을 받지 않아, 법적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신문은 전했다.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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