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1만명 육박설..재산피해 1천억달러 상회
뉴올리언스 시민들, 지원부대에 "십자군 왔다" 환호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강타로 대재앙을 입은 미국이 이달 중 또다른 대형 허리케인이 남부 해안지대를 엄습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상예보가 나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또 약탈자들에 대한 주방위군의 발포권이 허용된 가운데 장갑차를 앞세운 주방위군이 2일(현지시간) 치안확보에 나섰으나 뉴올리언스의 한 화학공장에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고, 약탈과 노략질도 계속되고 있어 주민들이 불안과 공포가 가시지 않고 있다.
민주당과 언론 일각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지난해 루이지애나주가 요청한 둑 보완공사 예산을 대폭 삭감한 사실을 거론, "대형 참사가 예고됐는데도 늑장 대응과 무관심으로 일관했다"며 부시 대통령의 책임문제를 이슈화할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조지 부시 대통령은 앨라배마, 미시시피, 뉴올리언스 일대를 헬기로 시찰한 뒤 피해 현장인 미시시피주 빌럭시와 뉴올리언스 공항에 내려 조속한 복구를 독려하는 등 민심수습에 나섰다.
◇ 대형 허리케인 재발가능성 43% = 콜로라도 주립대학 허리케인 전문가인 윌리엄 그레이 교수와 동료연구진은 "허리케인 시즌이 아직 절반밖에 지나지 않아 카트리나에 이어 시속 177㎞가 넘는 강풍을 수반한 또 다른 대형 허리케인이 9월중 해안지역을 강타할 가능성이 43%나 된다"고 예측했다.
대서양에서 허리케인이 발생하는 시즌인 6∼11월 중 매달 기상상황을 예측해 최신 정보를 제공하는 이들 연구진은 "10월에도 대형 허리케인의 위협 가능성은 15% 정도 된다"면서 "앞서 예측한 대로 이 시즌에 열대성 폭우가 20개 발생하고, 그 중 10개가 허리케인이며, 6개는 대형 허리케인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콜로라도주립대의 다른 학자인 필립 클로츠바흐도 "이 시점까지 우리가 목격한 매우 왕성한 허리케인 시즌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아직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으나 이번 카트리나와 같은 대재앙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회복하기 어려운 위기상황으로 빠져들수 있다고 보고 대책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 "루이지애나 사망자 1만명 초과" = 데이비드 비터 상원의원(공화)은 바톤 루즈 비상대책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카트리나로 인한 사망자 수가 루이지애나주에서만 1만명이 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내 추측으로는 사망자 수가 1만명이 넘을 것이지만 이는 추정에 불과하다"면서 "공식 집계나 시신 수 계산에 근거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주방위군 관계자들도 "희생자가 최소한 수천명은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 피해규모 1천억달러 예상 = 미국의 자연재해 평가기관인 `리스크 매니지먼트 솔루션스(RMS)'는 카트리나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1천억 달러(한화 약 102조6천억원) 를 넘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당초 예상치를 10배나 뛰어넘는 이같은 피해 추정에는 카트리나가 몰고온 강한 바람과 파도 뿐 아니라 뉴 올리언스시가 범람한데 따른 피해도 포함된 것이라고 RMS는 설명했다.
◇ 뉴올리언스 치안불안 여전 =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지 닷새째인 이날 뉴올리언스에서만 아직 5만여명이 고립되거나 임시대피소에서 구조 및 구호를 기다리고 있다.
CNN은 경찰의 숫자보다 무장한 군중의 수가 훨씬 많다면서 한 경찰관은 현재 뉴올리언스의 상황을 소말리아에 비유했다고 전했다.
홍수사태로 60시간 근무를 했던 한 경찰관은 "많은 동료들이 구조활동중에 익사했으며, 일부는 경찰 배지를 반납하기도 했다"며 "벌집처럼 총상을 입은 시신들과 함께 머리 윗부분이 총에 맞아 떨어져 나간 시신도 보았다"고 말했다.
◇ 주민들 "십자군왔다" 환호 = 물, 식량과 의약품을 실은 군용 트럭들이 물에 잠긴 도로를 줄지어 헤치며 뉴올리언스 시내 컨벤션 센터에 속속 도착, 갈증과 허기에 지쳐있던 7천여명의 이재민들에게 그나마 위안을 주었다.
일부 주민들이 성조기를 흔들며 함성과 손짓으로 반기는 광경이 TV를 통해 전해졌다. 일부 인사들은 "마침내 십자군이 왔다"며 환호했다.
군당국은 구호품 수송및 치안에 나선 군인들에게 "여기는 이라크가 아니다"며 총구가 땅으로 향하도록 지시하는 등 이재민들을 자극하지 않으려 애썼다.
◇ 부시 "이번 참사 잊지않을 것" = 부시 대통령은 앨라배마, 미시시피, 뉴올리언스 일대를 헬기로 시찰한 부시 대통령은 피해 현장인 미시시피주 빌럭시와 뉴올리언스 공항에서 내려 조속한 복구를 독려했다.
부시 대통령은 "오늘 내가 목격한 이 참담한 상황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참사는 우리가 지금까지 맞은 참사 중 가장 혹독한 것인 만큼 전국민이 오랫동안 복구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뉴올리언스 공항에서 전날 연방정부의 구호노력이 미진하다고 비난했던 캐슬린 블랑코 루이지애나 주지사와 레이 나긴 뉴올리언스 시장을 만나 위로의 뜻을 전했다.
◇ 국제유가 일시하락..경제 요동 가능성" = 미국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카트리나로 인한 에너지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6천만 배럴의 원유 및 휘발유를 긴급 방출키로 했다.
이에 따라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에 비해 1.88 달러(2.7%) 하락한 배럴당 67.57 달러에서 거래가 마감됐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무연 휘발유 10월 인도분 역시 갤런당 2.1837 달러로 전날에 비해 9.4% 급락했다.
앞서 전략비축유를 확보하고 있는 26개 선진국들의 모임인 IEA는 카트리나로 촉발된 석유수급난을 해결하기 위해 하루 200만 배럴씩 앞으로 한달간 6천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리먼 브라더스와 골드만삭스, 베어스턴스 등의 월가 전문가들은 카트리나의 여파가 커지고 있다며 3.4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리먼 브라더스의 에던 해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카트리나가 파괴적 영향을 미쳤다"면서 3.4 분기 미국경제 예상 성장률을 이전의 4.1%에서 3.8%로 0.3% 포인트 낮췄고, 베어 스턴스의 존 라이딩 미국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이전의 4.5%에서 3.5%로 1.0%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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