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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퀴스트 미 연방대법원장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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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법 반대·사형제 찬성등 보수적 판결 주도 ‘보수 5 : 진보4’ 대법원 구성은 변함없을 듯
미국 법조계 보수 진영의 수장 격인 윌리엄 렌퀴스트 연방대법원장이 3일 저녁 버지니아 교외 알링턴 자택에서 80살을 일기로 숨졌다. 캐시 아버그 대법원 대변인은 “대법원장은 지난해 10월부터 갑상선암으로 투병해 왔고, 최근 며칠 새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지기 전까지 계속 자신의 책임을 다했다”고 말했다. 렌퀴스트 대법원장은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 의해 대법관에 임명돼 대법원 판사만 33년, 86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때 16대 대법원장에 취임해 대법원장만 19년을 역임했다. 렌퀴스트 대법원장은 99년 빌 클린턴 대통령 탄핵 심판을 주재했고, 2000년 대선 때는 플로리다주 재검표 중단 결정을 내려 조지 부시 대통령 당선을 확정짓는 데 결정적 구실을 했다. 그는 사회적 논란이 큰 사안의 판결 때마다 거의 어김없이 보수 쪽의 손을 들어줬다. 낙태법과 동성애에 반대했고 사형 집행에 찬성했다. 또 학교와 주정부의 종교 활동을 지원하는 데 손을 들었다. <워싱턴포스트>는 “렌퀴스트는 형사 판결에서는 경찰과 검사의 권한을 확대하는 의견을 냈고 주정부의 권리를 강화하는 판결을 내렸다”며 “그는 미국 대법원 최근 역사에서 가장 보수적인 법관 중 한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로써 부시 대통령은 임기 중 두번째로 대법관을 임명하게 됐다. 종신직인 미국 연방대법관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 인준을 거쳐 임명된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7월 중도우파인 샌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관 후임으로 보수 성향이 짙은 존 로버츠 워싱턴디시 항소법원 판사를 임명한 데 이어, 이번 렌퀴스트 후임에도 공화당의 보수적 이념을 지킬 인사를 지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보수와 진보가 5 대 4인 대법원 판도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렌퀴스트의 후임으로는 알베르토 곤살레스 법무장관, 연방항소법원 판사 가운데 마이클 러티그·이디스 클레먼트·새뮤얼 얼리토 주니어·마이클 매코널·에밀리오 가자·제임스 하비 윌킨슨, 시어도어 올슨 전 법무 차관, 변호사 미겔 에스트라다 등 보수적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고 <에이피통신>은 전했다. 대법원장 지명권을 가진 부시 대통령은 현역 대법관들 중에서 대법원장을 임명할 수도 있고, 대법원 밖의 인물을 선택할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존 로버츠 대법관 지명자가 후임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로버츠 지명자의 대법관 인준 청문회는 6일부터 시작된다.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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