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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05 16:36 수정 : 2005.09.05 16:36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재산피해가 속속 확인되면서 뉴올리언스 한인들이 넋을 잃고 있다.

루이지애나 주도 배턴 루지를 비롯해 휴스턴, 애틀랜타 등 인근 도시로 대피한 뉴올리언스 교민들의 관심사는 단 한가지. 두고 온 집과 가게가 어떻게 됐을까 하는 데 쏠려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이미 뉴올리언스로 들어가 집과 가게를 둘러봤고, 재산피해를 확인하려는 다른 사람들의 발길도 잇따르고 있지만 뜻밖으로 엄청난 피해 규모에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지난 79년 뉴올리언스로 이민을 와 천신만고 끝에 꽤 사업을 키운 손호덕씨의 경우 카트리나로 집과 가게들을 모조리 잃다시피 했다.

매터리에 있는 집은 아직도 허리까지 물에 차 있고, 150만달러를 들여 새로 지은 슬라이델의 대형 잡화점은 침수됐다가 물은 빠졌지만 폭탄 맞은듯 부서졌다.

미시시피강 서안(웨스트 뱅크)에 있는 또다른 잡화점은 침수에 약탈까지 당했고, 시내 중심가의 가게 3개는 여전히 침수된 채여서 아직 접근도 못하고 있다.

손씨가 카트리나로 입은 재산피해를 모두 따지면 약 330만달러.

26년전 뉴올리언스로 이민을 와 용접공과 식당 종업원, 전자상가 점원 등을 전전하며 일궈온 손씨의 '아메리칸 드림'이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고스란히 날아갈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한인 밀집지역인 매터리 중심가에 대규모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격씨의 경우는 2년전 140만달러를 들여 인수한 가게가 강풍 때문에 흉물스럽게 부서졌다.

가게가 부서진 것도 문제지만 이 아수라장에 당분간 세탁을 맡길 손님들이 있을 지는 더 심각한 의문이다. 지난 74년 미국에 와 35년 동안 키워온 사업기반이 하루 아침에 날아가 버린 셈이다.

'내 눈으로 보기나 해야 직성이 풀리겠다'던 박병욱씨는 웨스트 뱅크의 집은 다행히 크게 부서지지 않았으나, 이스트 올리언스에 있는 가게는 여전히 물에 잠겨 피해 상황을 눈으로 확인조차 못하고 있다.

이밖에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뉴올리언스 교포들의 카트리나 피해는 거의 예외가 없을 정도이다.

'누구네 집이 어떤 피해를 입었고, 누구네 가게는 어떻게 됐다'는 소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엄청난 피해에 교민들은 날마다 절망하고 있다.

이들이 그래도 한가닥 기대를 거는 것은 보험. 홍수 보험에 들었을 경우 어느 정도 재산피해를 배상 받을 수 있지만 국가적으로 엄청난 피해가 난 상황에서 온전한 배상이 가능하겠느냐에 대한 걱정도 크다. 보험조차 들지 않은 사람들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을 헤치고 침수된 집안을 살펴보러 나섰던 손호덕씨는 앞으로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판단이 안선다"며 "집에 있는 물이나 빠졌으면 속이 좀 낫겠다"고 대답했다.

절망한 교민들 중 뉴올리언스를 떠나려는 사람들이 잇따를 것이란 전망도 확산되고 있다. 김격씨는 "1년에도 허리케인이 20-25차례 오는데 불안해서 어떻게 살겠으며, 그 때마다 어떻게 짐을 싸고 풀겠느냐"고 반문했다.

(뉴올리언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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