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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05 16:36 수정 : 2005.09.05 16:36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부 일대를 할퀴고 지나간 지 벌써 1주일. 이제 이재민들은 폭우 속에 소식이 끊긴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 친구를 찾아 사방을 뒤지며 애태우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인터넷판이 4일 보도했다.

뉴올리언스의 이재민들이 대거 수용된 휴스턴 애스트로돔의 한쪽 끝은 이제 이산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는 `실종자 사무소'로 변모했다.

뉴올리언스의 구급차 회사를 운영하는 로버트 제미슨(46)은 3일 오후 내내 카트리나로 실종된 어린 두 딸들의 정보를 얻을까 싶어 실종자 사무소 앞에 대기했다.

근엄한 표정의 얼굴과 달리 그의 손에는 "로브리엘, 9세. 라이나, 6세. 아빠에게 전화해라."라는 절박한 심정을 호소하는 선홍색 글씨가 적힌 팻말이 들려 있다.

제미슨의 귀에는 두 딸이 엄마와 함께 3층 집의 지붕 위에 고립된 채 구조를 기다린다고 말한 마지막 휴대폰의 음성 만이 아직도 생생하게 들리고 있다. 카트리나로 인한 혼돈 상황 속에서 제미슨은 마음 속으로 가족의 안전을 빌면서 아픈 환자들과 고립된 사람들을 구조하는 작업에 매달려 있었다.

제미슨은 2일 뉴올리언스를 빠져나오자마자 두 딸과 전 부인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서 휴스턴 애스트로돔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수천명의 이재민으로 가득 찬 애스트로돔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희망을 갖고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실종자 사무소에는 희생자와 난민에 대한 최신 정보를 게재한 메시지판이 있고, 그 뒤 벽에는 휘갈겨 쓴 실종자의 이름과 함께 판지로 만든 알림판, 종이 조각 등이 붙어 있다. 그 앞에서 이재민들은 기진맥진한 상태로 충격과 불안에 가득 찬 표정으로 가족의 소식을 얻을 수 있을까 마음졸이고 있다.

혹시 어린 딸들의 목소리를 들을까 애스트로돔 주변을 계속 돌고 있는 제미슨은 "부시는 확실히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몇몇 언론들이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이 재앙을 예견했지만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한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당국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그는 휴대폰 연락이 끊긴 상태에서 이혼한 옛 아내가 아이들과 무사히 빠져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자신은 심장마비나 출산으로 탈수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을 처치-수송하느라 구조작업에 여념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불어난 물 속에서 차량의 가스가 떨어져 차가 움직이지 못할 때까지 구호작업을 하다가 배를 타고 뉴올리언스 슈퍼돔으로 피신했다. 여기에서 동물과 사람의 시체더미 속을 헤치고 나와 수마일 걸어나온 끝에 간신히 차를 얻어 타고 휴스턴까지 왔다.

지붕 위에 있던 딸들이 헬리콥터의 구조를 받았을 것이라고 스스로 다짐하는 제미슨은 "아이들이 있는 곳은 어디든지 가서 그들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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