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위기에 의회와 충돌 피한 선택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최근 타계한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 후임에 존 로버츠(50) 대법관 지명웽 지명했다. 로버츠 지명자는 당초 은퇴를 선언한 샌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관 후임으로 지명됐으나, 갑상선암을 앓아온 렌퀴스트 대법원장이 지난 3일 타계하자 대법원장 후보로 전격 지명됐다. 이에 따라 6일 시작될 로버츠 대법관 지명자에 대한 상원 인준청문회는 대법원장 지명자 인준청문회로 바뀌게 됐다. 그러나 상원 일각에선 고 렌퀴스트 대법원장에 대한 조의의 표시로 청문회를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연기 가능성도 있다. 로버츠 지명자에 대해선 지난 7월 지명 발표 후 미 보수주의적인 성향 때문에 민주당 일부와 진보단체들이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으나 상원 인준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부시 대통령이 로버츠 대법관 지명웽 대법원장 후보로 전격 바꾼 것도 이점을 가장 크게 고려한 것일 수 있다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으로 인해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허리케인 카트니라 여파로 인해 지도력에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후임 대법원장 인준을 놓고 의회와 싸움을 벌일 정치적 여력이 없는 점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일각에선 부시 대통령이 로버츠 지명자보다 더 보수적이어서 극우 보수로 분류되는 흑인 클래런스 토머스 판사를 대법원장 후보로 선호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대법원장을 포함, 9명으로 구성된 미 대법원은 오코너 대법관이 4대 4로 갈린 보수와 진보의 한 가운데서 사안에 따라 균형자 역할을 해왔으나, 부시 대통령이 로버츠 대법원장 지명자외에 오코너 대법관의 후임으로도 보수적인 대법관을 지명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에 앞으로 대법원 판결 추가 보수쪽으로 기울 것으로 예상된다. 부시 대통령은 오코너 대법관 후임은 "적절한 때" 다시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코너 대법관은 사의를 표명하면서 후임자 결정 때까지 대법관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로버츠 대법원장 지명을 발표하면서 대법원이 다시 개정하는 내달 3일까지 인준 절차를 마쳐줄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 부시 대통령이 대법원장 인선을 서두르는 것은 대법원 개정 후에도 대법원장이 공석일 경우 현 대법관중 가장 연장자로 대법원장 업무를 대행하게 될 존 폴 스티븐스 판사가 진보성향이어서 사건 배당 등을 통해 대법원 심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미 언론은 분석했다. 로버츠 지명자는 20대 후반에 렌퀴스트 당시 대법관의 서기로 일했던 적이 있어, 상원에서 인준될 경우 자신의 후원웽 이어 대법원장이 되는 셈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카트리나 피해지역인 멕시캡 일대 시찰을 위해 출발하기에 앞서 백악관에서 로버츠 대법원장 지명웽 발표하고 "위대한 대법원장 윙에는 헌법에 대한 깊은 존경심과 대법원에 대한 공경심, 정의라는 대의에 대한 철저한 헌신이 있는 분이 후임을 맡아야 한다"고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로버츠 지명자는 "대통령이 저에게 보여준 신뢰에 대해 영광스럽고 겸허한 생각을 갖게 된다"고 수락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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