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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졸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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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실용노선 주역 미 국무부 부장관
대중정책 책임자 … 최근 북 미래 관련 잇단 중대발언 독일통일협상 참가 … 한반도 협상과정서 구실 기대 “라이스와 졸릭은 미국 역사상 강력하고 능력 있는 외교 정책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지난 2월 2기 외교팀을 구성하면서 한 말이다. 2기 부시 행정부에서 대북 정책은 ‘부시 대통령-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로 이어진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로버트 졸릭 국무부 부장관은 우리에게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를 맡았던 경제통으로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워싱턴에서는 ‘강경한 돌격자’ ‘완벽주의자’‘전문성을 갖춘 국제주의자’라는 별명이 따라 다닌다. <뉴욕타임스>는 라이스가 그를 국무부의 2인자인 부장관으로 선택했을 때 ‘협상의 달인’으로 추켜세웠다. 그런 그가 한반도 문제와 한반도의 미래에 관한 ‘중대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왜 그런가? 그의 발언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7일 졸릭 부장관이 미국의 일부 기자들과 만나 “라이스 장관과 나는 중국의 지도자들과 한반도의 경제·정치적 미래를 모색하기 시작했다”며, “우리(미국)에게도 좋고 중국에도 좋은” 한반도 장래 시나리오를 고려해보라고 중국쪽에 촉구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했다. 그는 “북한이 중국식 경제발전 모델을 택한다면 유익할 것”이라고 한발 더 내디뎠다. 그리고 이번엔 21일(현지시각) 뉴욕 ‘미·중관계 전국위원회’에선 베트남에 빗대 북한의 정치·경제개혁 등 ‘결단’을 촉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졸릭 부장관이 6자회담을 동북아 다자간 안보틀 마련을 위한 발판으로 이용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음을 내비쳤다고 해석했다.이런 말들은 그가 부시 2기 행정부에서 대중국 정책의 총책임자라는 걸 알면 이해가 된다. <뉴스위크>는 지난 8월 중순 “대중국 정책은 그의 손에 있다”고 썼다. 그의 발언이 지난달초 4차 6자회담 1단계 회의를 전후해 시작돼, 이달 들어 집중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9·19 베이징 6자회담 공동성명’은 북핵 문제 해결은 물론, 한반도 영구평화체제 협상을 위한 포럼, 동북아 안보협력 증진 방안 모색에 합의했다. 한반도 평화협상을 위한 포럼은 남·북한과 미국, 중국의 4개국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이태식 외교통상부 차관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한-미간 예비 접촉’을 거론했다. 미국쪽에 힐 차관보가 있고, 그 위에 졸릭 부장관이 있음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산티아고 아펙 정상회의 때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요청으로 미국과 중국은 미-중 ‘고위급 협의’ 개최에 합의했다. 그리고 지난 3월 라이스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때 이의 정례화에 합의했다. 지난달 1, 2일 베이징에서 4차 6자회담 1단계회의가 열리고 있을 때, 다른 한쪽에선 첫 미-중 고위급 협의가 열렸다. 이 협의를 이끌고 있는 것이 졸릭이다. 그는 이른바 네오콘들의 ‘중국 위협론’과는 다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기 부시 행정부의 대북 실용주의 노선은 그로부터 나오고 있다. 뉴스위크는 자유무역주의자인 졸릭이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높은 미국의 일반적 분위기와 달리, “중국은 수출만 하려했던 일본주식회사와 다르다”며 적극적인 대중국 접근정책을 편다고 평가했다. 힐 차관보의 변화된 대북정책과 졸릭 부장관의 대중접근 정책의 접점이 6자회담 공동성명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협상에서도 졸릭 부장관의 경력은 의미심장하다. 아버지 부시 행정부 때 라이스 현 국무장관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소련·동구 담당 국장으로 일하고 있었을 때, 졸릭 역시 라이스와 함께 일하면서 독일 통일의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낸 ‘2+4’(동·서독과 미·소·영·프)협상에 참여했다. 독일 통일과 관련해 그에겐 대서양주의자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탈냉전의 유럽, 독일의 통일과정에 있었던 그가 이번에는 탈냉전의 아시아, 그리고 그 한가운데 있는 한반도에 다시 나서려는 것일까.강태호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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