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 10월13일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에 들어서는 찰스 맨슨. AP
|
신랑은 폴란스키 감독 부인 살해한 ‘맨슨 패밀리’ 주역
신부는 7년째 ‘무죄 방면’ 운동…희생자 가족 “미친 짓”
80살 노인과 26살 아가씨가 옥중 결혼식을 올린다. 남자는 1969년 엽기적인 집단 살인 사건으로 악명 높았던 무기수 찰스 맨슨. 희대의 흉악범을 사랑한 여성은 이 남자의 무죄를 확신하며 면회를 다니고 지난 7년 동안이나 그의 방면 운동을 해온 엘레인 버튼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교정당국이 이 두 남녀의 결혼 허가증을 지난 7일자로 발급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18일 보도했다. 수감자의 결혼식은 통상 교도소 면회실에서 열리며, 하객은 재소자가 아닌 사람으로 10명까지만 초청할 수 있다. 버튼은 맨슨과의 결혼을 결심하기 앞서 미국 대륙의 절반을 가로질러 맨슨이 수감된 캘리포니아주립교도소가 있는 코코란으로 이사했다. 맨슨과 조금이라도 가까이 있고 싶은 마음에서였다고 한다. 버튼은 <에이피> 기자에게 “다음달에 맨슨과 결혼하겠다”며 “난 그를 사랑하며, 그와 함께 있다”고 말했다.
맨슨은 1960년대 미국에서 ‘맨슨 패밀리’라는 사교집단을 이끌며 강도, 성매매, 성폭행, 위조지폐 제조 등 온갖 범죄를 저질러온 구제불능의 범죄자였다. 성매매 집결지에서 태어난 맨슨은 어린 시절부터 교도소를 드나들었다. 그런 그도 젊은 시절 영국의 팝그룹 비틀스에 열광했고, 1960년대 미국 문화의 이단아처럼 나타난 히피들과 교분이 두터웠다. 그는 특유의 카리스마에 더해, 성경 요한계시록과 비틀스를 교묘하게 연관시킨 사이비 교리로 히피들을 사로잡았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집단이 희대의 범죄집단 ‘맨슨 패밀리’였다.
일탈로 점철된 삶을 살던 그가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게 된 결정적 사건이 일어난 때는 1969년 8월이었다. 맨슨 패밀리가 우연하게도 폴란드 출신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의 집을 습격한 것이다. 일당은 마침 임신 중이던 폴란스키의 아내 샤론 테이트와 그의 옛 남자친구 등 현장에 있던 5명을 처참하게 살해하고 주검마저 훼손했다. 폴란스키는 영화 촬영차 집을 비운 참이었다. 2년여의 재판 끝에 맨슨은 1971년 사형 선고를 받았으나, 이듬해 캘리포니아주가 사형제도를 폐지하면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그러나 워낙 중범죄자여서, 2027년까지는 감형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 사실상 종신형을 살고 있다.
|
여든 살이 된 찰스 맨슨의 최근 모습. AP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