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 사임…고문화재 3건 이탈리아 반환
로스앤젤레스를 찾는 한국 관광객들에게도 낯익은 폴 게티 박물관이 상당수 문화재가 도굴ㆍ약탈된 장물임을 알고도 불구하고 사들였음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박물관을 관리해온 큐레이터(학예연구관)가 장물 거래상과의 밀거래 의혹속에 거액의 별장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나 전격 사임한 가운데 박물관측은 일단 3건의 문화재를 이탈리아에 반환키로 결정했다. 세계 정상급 박물관의 명성을 이어오다 추문에 휩쓸린 게티 박물관의 사건을 정리해본다. ◇도굴ㆍ약탈 문화재 구입=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지난달 25일(이하 현지시간) 게티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대가들의 미술 작품중 절반 가량이 2차 세계대전의 혼란 이후 도굴 또는 약탈된 것이며 박물관측은 이를 알고도 중간 판매상을 통해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전시작품중 고대 항아리 등 수십점이 자국에서 약탈된 것이라며 이중 42점에 대한 반환을 요구하면서 스위스의 미술품 중개상의 창고안에서 찍은 이들 전시품의 복원전 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다. 박물관측 변호인들은 이탈리아 정부의 이의 제기에 따라 지난 2001년부터 미술품 획득과정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고 상당 부분이 사실임을 밝혀냈다. LA타임스가 입수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게티 재단은 1985년부터 미술품을 주로 거래하고 있는 3개 판매상중 하나가 장물을 거래하고 있다는 정보를 취득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를 구입해왔다. ◇의혹의 큐레이터 전격 사임= 게티 박물관의 살림을 거의 도맡아오던 큐레이터 매리언 트루(56.여)가 주요 거래상인 크리스토 미키아일리디스의 주선아래 약 40만 달러를 대출받아 그리스 파로스 지역에 한 별장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박물관측은 지난 1일 "트루 큐레이터가 1995년 별장을 구입한 사실을 밝혀내고 이를 추궁하자 사퇴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했다. 트루 큐레이터는 이번 겨울 재개장 계획인 말리부의 2억7천500만 달러 짜리 '게티 빌라' 개보수 작업을 주도하는 등 박물관의 핵심 인사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단 트루 큐레이터는 '이해가 엇갈릴 소지가 있는 어떤 사항도 보고하도록' 되어 있는 윤리 조항을 어겼으며 이 문제를 집중 추궁하자 자진 사퇴했다는 것. 그녀는 미키아일리디스의 도움을 받아 디미트리 페파스 변호사와 접촉, 스위스에 계좌를 만들어 40만달러를 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키아일리디스는 1999년 이탈리아에 있는 집 계단에서 구르는 사고로 숨졌다. 현재 이탈리아 당국은 트루 큐레이터에 대해 도굴 문화재의 밀거래 공모 혐의로 기소한 상태여서 곧 재판을 받을 전망이다. LA 타임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박물관 관계자들은 이미 3년전에 큐레이터의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박물관측은 이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한편 인터폴은 그리스 당국과 함께 트루 큐레이터가 구입한 별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중이다. ◇문화재 3건, 이탈리아에 반환= 게티 박물관과 이탈리아 당국은 3일 이탈리아에서 도난당한뒤 박물관이 구입해 전시중이던 문화재 가운데 우선 3건을 양도키로 합의했다. 이들 문화재는 이탈리아측이 무덤에서 도굴된 것이라고 증거 사진을 제시했던 것이며 이중 BC 340년경 그리스의 예술가 아스테아스가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도자기는 게티측이 1981년 27만5천달러에 사들였다. 이탈리아 당국은 그러나 앞으로도 수십건에 이르는 문화재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측은 그동안 게티 측이 제시한 각종 자료를 검토한 결과 게티 소장품 가운데 42건이 이탈리아에서 불법적으로 넘어간 장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http://blog.yonhapnews.co.kr/isjang/ 장익상 특파원 isjang@yna.co.kr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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