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6.16 20:25
수정 : 2015.06.16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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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리절의 어릴 적 모습(오른쪽)과 최근 모습(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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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인종, 자격 조건 아냐” 옹호에도
정직하지 못한 언행 밝혀지며 사퇴
2008년부터 흑인 또는 혼혈로 소개
협회 활동하다 작년 지부장에 선임
부모 “딸은 백인” 밝힌뒤 거센 논란
미국 백인 여성이 흑인으로 가장하고 흑인민권단체 지부장으로 활동하다가 거센 논란 끝에 사퇴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흑인민권단체인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CCP)의 워싱턴주 스포캔 지부장인 레이철 돌리절(37)은 15일 이 단체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 최근 벌어진 자신의 인종 정체성 문제와 관련한 논란으로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현재 폭풍의 눈 속에서, 가족과 조직 문제를 분리하는 것이 협회를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본다”며 사임 배경을 밝혔다.
돌리절은 워싱턴주 등 서부 지역으로 이사한 2008년부터 자신을 흑인 또는 흑인 혼혈이라고 밝히며, 흑인 관련 단체에서 활동하다 지난해 가을 이 협회의 지부장으로 선임됐다. 돌리절의 부모가 지난주 언론에서 돌리절은 흑인 조상이 한명도 없는 백인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이 커졌다. 부모들은 밝은 피부에 금발인 돌리절의 어릴 적 사진까지 공개했다. 현재 돌리절은 머리를 곱슬거리게 파마하고 검게 염색하는 한편 피부도 검게 그을리는 등 외양을 꾸몄다.
그의 어머니 루샌은 자신이 10년 전에 4명의 흑인 어린이들을 입양한 뒤부터 돌리절이 자신을 흑인으로 가장해 왔다고 밝혔다. 현재 돌리절이 자신이 낳은 아이라고 주장하며 키우고 있는 흑인 어린이 2명 중 한명은 입양된 동생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동안 자신의 인종 정체성에 대해 즉답을 피해오던 돌리절은 16일 <엔비시>(NBC) 방송에 나와 “자화상을 갈색 크레용으로 그리던 5살 무렵부터 흑인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부모의 주장은 가족을 분열시킨 법적 분쟁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 본부도 “인종 정체성이 우리 단체 지도력의 자격 조건이 아니다”라며 그를 옹호해줬다. 하지만 현지 지부에서는 이 문제가 인종 정체성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성의 문제라며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압력이 거세졌다.
특히 돌리절이 자신의 인종 정체성과 관련해 모순되거나 정직하지 못한 언행을 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사퇴로까지 이어졌다. 워싱턴의 흑인 대학인 하워드대를 다닌 돌리절은 이 학교를 상대로 자신이 백인이라는 이유로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소송을 내기도 했다. 그는 또 스포캔 시에서 인종적 학대와 협박을 당했다고 수차례의 신고를 하기도 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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