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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8.26 20:11 수정 : 2015.08.26 22:07

젭 부시. <한겨레> 자료사진

시민권 취득 목적 ‘원정 출산’
반이민 정서 영합 경멸적 용어
중남미계·진보 진영 비판 불러
“아시아인 악용”…분노 더 자초

젭 부시. <한겨레> 자료사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좀처럼 뜨지 못하고 있는 젭 부시(62)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실언으로 아시아계와 중남미계 주민 모두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는 처지에 몰렸다.

부시는 지난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국적을 부여하는 제도를 악용하는 행태를 일컫는 ‘앵커 베이비’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는 미국의 속지주의 시민권 제도를 일부가 남용하고 있어 우려된다며 이를 언급했다. 그의 발언은 공화당 내에서 커지는 반이민 정서에 영합하려는 것이었으나, 오히려 반이민 정서의 주요 표적이 되는 중남미계 주민과 진보 진영의 비판을 불렀다.

이에 부시는 24일 텍사스주의 멕시코 국경에서 기자들을 만나 “미국에서 태어나는 아기에게 미국 국적을 주는 제도를 아시아인들이 악용하고 있다“며 “앵커 베이비는 중남미인들보다 출생 국적이라는 고귀한 개념을 조직적으로 악용하는 아시아인들과 더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해명은 오히려 아시아계 주민들의 분노만 더 자초했다.

일본계인 마이크 혼다 하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부시 후보의 발언은 모든 이민자들에 대한 모욕이고 우리 문화에서 설 땅이 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첫 중국계 하원의원인 주디 추도 비난 성명에 가세했고, 아시아계 단체들도 들고 일어났다. 전미아시아태평양계미국인협의회(NAPALC)는 논평에서 “부시 후보가 경멸적 용어를 사용했다”며 “이번 ‘앵커 베이비’ 발언에 이르기까지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들은 지속적으로 차별을 받아왔다”고 분노했다. 중국계 단체인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 권익옹호협회’도 부시 후보가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이민 시스템을 악용하는 그룹으로 규정했다고 비판했다.

문제가 커지자 부시 전 주지사는 25일 콜로라도 주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나는 임신한 여성들을 미국에 보내 아이를 낳고 시민권을 얻는 매우 제한적인 사기 시스템을 언급했던 것”이라고 다시 해명에 나섰다.

이번 대선판에서 중남미 이민자들에 대한 적대적 발언으로 반이민 정서에 불을 지른 장본인인 도널드 트럼프는 오히려 부시의 실언을 맹공하며 자신에 대한 분노의 표적을 돌리는 전술을 쓰고 있다. 트럼프는 25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젭의 발언으로 아시아인들이 매우 상처를 받았을 것”이라면서 “절대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앵커 베이비’라는 말을 썼다가 난처한 상황에 빠진 부시가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려고 아시아인들을 비난했다”고 비판했다.

미국에서 아시아계 인구는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아시아계 등록 유권자는 590만명이나, 2040년께에는 1022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은 추산했다. 이민 제한을 주장하는 싱크탱크인 이민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에 입국한 뒤 아기를 분만해 시민권을 취득하는 ‘출산 관광’(원정 출산)으로 매년 태어나는 아기는 4만명에 이르고, 그 대부분은 불법 입국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보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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