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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 뒤 의회 발코니로 나와 군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왼쪽 앞줄엔 조 바이든 부통령이, 오른쪽으로는 캐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존 베이너 연방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서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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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교황 가운데 최초…난민·불평등·생태 등 언급
직접적이고 단호한 어조…공화당 입장과 정면배치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 방문 3일째인 23일(현지시각) 오전 10시 역대 교황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통해 인류가 안고 있는 여러 위험들을 경고하면서 난민 문제와 경제불평등 및 분쟁 해소를 촉구했다. 교황의 어조는 전례 없이 직접적이고 단호했으며, 거의 모든 사안에서 공화당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됐다.
우선, 교황은 연설을 통해 “미국인의 마음 속에 민주주의가 깊이 뿌리 내려 있는 미국의 정치 역사를 생각해본다”며 “모든 정치는 인류의 선을 증진하고 여기에 봉사해야 하며 개인의 존엄에 대한 존경에 기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어 “모든 정치 활동이 진정으로 인간을 섬겨야 하는 것이라면 정치는 경제나 금융의 노예가 될 수 없다”며 “정치는 정의와 평화, 공동선, 이익을 공유하기 위해 특정한 이해관계를 희생하는 공동체의 건설”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어 미국 사회가 이민자들에게 폭넓은 관용을 베풀 것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이 ‘꿈’의 땅이 돼온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수백년 동안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자유로운 미래를 건설하겠다는 꿈을 좇아 이 땅에 왔다”며 “이 땅의 사람들은 외국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한때 외국인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자신이 이민자의 아들임을 상기시킨 뒤 “낮선 누군가가 우리한테 도움을 요청할 때 과거의 죄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시리아 난민 문제와 관련해 “세계는 2차 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난민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우리는 난민의 숫자에 놀라기보다는 그들을 사람으로 여기고, 그들의 얼굴을 보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최대한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어 가난과 관련해 “위기와 경제적 고난의 시기에 세계적 연대 정신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며 “가난의 굴레에 갇힌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설 말미에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세계가족대회를 언급한 뒤 “가장 취약한 가족들과, 젊은이들에게 주의를 기울일 것을 촉구하고 싶다”며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득한 미래를 보고 있지만, 그러나 또다른 사람들은 방향을 잃고 목적 없이 희망 없는 폭력의 미로에 갇혀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는 “그들의 문제는 우리의 문제이며 우리는 그들을 피할 수 없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문제를 대처하고, 그들과 얘기하며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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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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