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0.13 19:55
수정 : 2015.10.13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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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린 먼로가 표지를 장식한 1953년 창간호.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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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성문화 급변 이유
웹사이트엔 작년 8월부터 안써
독자 젊어지고 트래픽 4배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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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린 먼로가 표지를 장식한 1953년 창간호.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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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보이>의 수석편집자 코리 존스는 지난달 발행인 휴 헤프너가 사는 로스앤젤레스의 ‘플레이보이 맨션’으로 찾아갔다. 그는 이 잡지의 발행인이자 여전히 편집국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89살의 헤프너에게 ‘플레이보이 제국’의 가장 큰 정체성을 바꾸자는 대담한 제안을 했다. 여성 누드 사진을 더이상 <플레이보이> 잡지에 게재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헤프너는 이 제안을 서슴없이 받아들였다.
성인 잡지의 개척자이자 대명사인 <플레이보이>가 여성 누드 사진을 게재하지 않는 등 대대적인 개편에 나섰다고 <뉴욕 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플레이보이>는 내년 3월부터 이런 편집 방침을 적용하며, 잡지의 인쇄판에는 도발적인 포즈를 취하는 여성 사진만을 게재할 방침이다. 섹스심볼의 대명사인 마릴린 먼로의 누드를 게재한 1953년 첫 창간호 이후 가장 혁명적인 편집 쇄신이다.
<플레이보이>의 이같은 편집 쇄신은 인터넷과 모바일 앱의 보급에 따른 성문화 소비의 급변에 따른 조처다. 플레이보이는 미국에서 섹스를 숨겨야할 은밀한 일에서 공개적인 문제로 만든 혁명의 주역이었다. 플레이보이 쪽의 경영진들은 플레이보이가 자신들이 개척한 변화에 추월당했음을 인정했다. 이들은 “우리는 그 싸움을 했고 승리했다”면서도 “이제 클릭 한번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성적 행위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게 됐고, 그래서 이제 이런 단계에서 떠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해 8월부터 <플레이보이>는 웹사이트에서 누드 사진을 게재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독자들의 평균 연령이 47살에서 30살로 낮아졌다. 특히, 트래픽은 한달에 400만에서 1600만으로 늘었다.
<플레이보이>는 더 깨끗하고, 현대적인 스타일을 추구할 방침이다. 사진들은 ‘PG-13’(부모 지도 하에 13살 이상 관람가) 수준이 된다. 또 <플레이보이>의 심층 인터뷰 등 탐사보도와 소설 등 기존의 전통도 계속 추구한다. 주 대상 독자는 도시 젊은층이다. 창간 62년만에 근본적인 쇄신을 단행하는 이 잡지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최고경영자 스콧 플랜더스는 말했다. 과거 콘텐츠들을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탑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플레이보이>가 그 출발점이던 여성 누드 사진을 포기한 것은 이제 이 잡지보다도 비중이 커진 그 브랜드의 가치를 다듬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플레이보이 쪽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플레이보이 브랜드는 애플과 나이키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의 하나다. 현재 플레이보이의 대부분 수익은 브랜드 로열티에서 나오며, 특히 중국에서의 수입이 40%이다. <플레이보이>는 전성기인 1975년에 발행부수 550만부에서 현재 80만부로 떨어진 상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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