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5.22 19:51
수정 : 2016.05.22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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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정부초청외국인 대학원 장학생 모집요강’의 자격 요건 부분.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검사에서 양성이 나올 경우 최종 선발에서 제외되며, 최종 선발된 이후라도 합격이 취소된다고 나와 있다. 출처 2016 정부초청외국인 대학원 장학생 모집요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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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 대학정책 위배 이유로
한국쪽 “법적 감염병인 탓 제약”
미국 명문 프린스턴 대학교가 한국 정부가 운영하는 ‘외국인 장학 프로그램’의 누리집 안내를 중단했다. 장학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검진을 받아야 하고, 만약 바이러스 양성 결과가 나오면 지원할 수 없다는 한국의 외국인 장학 프로그램 조항이 감염자들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프린스턴 대학의 정책과 배치된다는 이유에서다.
프린스턴 대학 교내 신문인 <더 데일리 프린스토니안>은 해외 장학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학교 누리집에서 한국 정부 운영 장학 프로그램 안내문은 삭제됐다고 20일 보도했다. 이 조치를 시행한 프린스턴 대학은 공식 성명에서 “우리 대학은 모든 구성원이 교육에 평등하게 참여할 권리를 보장한다”며 “대학 담당부서와 논의한 결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자는 지원할 수 없는 장학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것은 차별을 반대하는 대학 정책과 반대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국내 교육부 산하기관인 국립국제교육원이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정부초청외국인 대학원 장학생’)의 모집요강을 보면, 지원자들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포함해 공식적인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며,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검진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지원자들은 최종 선발 이후라도 자격 요건이 취소된다는 항목이 명시돼 있다. 이 요강에는 또 ‘임신을 한 자’도 지원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 소재 대학 석·박사 학위과정에 들어오려는 외국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으며, 올해 지원대상은 전 세계 160여개국, 815명에 이른다.
<더 데일리 프린스토니안>은 프린스턴 대학이 공식 누리집에서 이를 안내한 것은 ‘미국 장애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1990년 미국에서 제정된 이 법안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자를 포함해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명시한 법안이다. 미 인권변호사인 벤자민 와그너는 프린스턴 대학의 결정을 환영하며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자들이 해외여행이나 교육을 받는데 있어 차별을 정당화하는 의학적 근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국립국제교육원 관계자는 “정부 장학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3~5년간 학업 중단 없이 한국에서 공부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평가 부분”이라며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는 현재 법적 감염병이고, 완치가 불가능한 질병이니만큼 국비 장학생을 뽑는데 제약이 있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비 김미향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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