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6.12 15:40
수정 : 2016.06.1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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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마지막 선고 공판을 앞두고 브록 터너(오른쪽)가 캘리포니아 주의 산타클라라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산타클라라/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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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마약 고교때부터 이용…법원에 진실 숨겨”
성폭행 대상자 의도적으로 물색했다는 정황도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여성을 성폭행했으나 솜방망이 처벌을 받아 논란이 된 전 스탠퍼드대학 수영선수 브록 터너(20)가 성폭행 후 보호관찰을 받을 당시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거짓 진술을 한 정황이 드러난다고 미국 방송 <시엔엔>(CNN)이 전했다.
<시엔엔>(CNN)은 입수한 법원 서류와 구형 메모를 토대로 “터너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시엔엔>(CNN)에 따르면 터너는 보호관찰국에 “(나는) 오하이오 주의 시골 출신으로, 술을 마시는 파티에는 참석해본 적이 없다”고 했으며, 처음 술을 마신 것은 스탠퍼드 대학에 입학한 뒤 수영 팀원들과 함께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터너의 휴대폰에서 나온 증거물들을 분석한 결과 터너는 고등학교때부터 음주를 했으며, 마리화나와 같은 마약도 이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터너는 자신의 음주ㆍ파티 경험에 대해 보호관찰국이나 법원에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터너가 의도적으로 성폭행 대상자를 몰색했다는 정황도 드러난다. 피해자의 여자형제는 성폭행이 발생한 당일 열린 파티에서 터너가 자신의 몸을 만지려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터너가 나의 허리를 감싸자 바로 거절했으며, 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다. 이후 터너는 술에 취해 혼자 있던 피해자에게 다가갔고, 곧 피해자를 어둡고 외진 곳으로 데려가 성폭행했다. 검사는 “이러한 행동은 캠퍼스에서 찾을 수 있는 전형적인 범죄라기보다는, 먹잇감을 찾는 야생 동물과 더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터너가 성폭행할 당시 피해 여성의 사진을 찍어 온라인으로 공유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시 성폭행 현장을 목격했던 목격자 중 한 명은 “쓰레기통 뒤에 누워있는 여성을 봤고, 그 다음 여성의 옆에 서서 휴대폰을 들고 있던 남성을 목격했다. 휴대폰에서는 플래시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했거나, 휴대폰에 내장되어 있는 플래시를 사용한 것처럼 밝은 빛이 여성을 향해 있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터너의 휴대폰을 압수수색했지만 관련 사진이 전달된 것으로 추정되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은 사진이 자동으로 저장되지 않고, 그룹 내의 다른 사람에 의해 삭제될 수도 있어 사진을 복구하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브록 터너는 지난해 1월 스탠퍼드대 캠퍼스에서 사교클럽 파티에 참석한 23살 여성을 성폭행하다가, 지나가던 대학생들에게 붙잡혔다. 터너는 성폭행이 아니라 합의된 성관계였다고 주장했으나, 피해 여성은 선고 공판에서 “터너가 유명대학의 유망한 운동선수라는 게 관대한 판결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성폭행은 사회적인 계급과 상관없이 처벌받는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져줘야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터너에 선고 가능한 법정 최고형량은 14년이었고 검찰은 6년형을 구형했지만, 사건을 담당한 애런 퍼스키 판사는 “터너는 당시 술에 취해 있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부분이 적다”는 것을 이유로 카운티 구치소 복역 6개월, 보호 관찰 3년을 선고했다. 예상보다 낮은 형량에 더해 “고작 20분 동안 벌어진 일 때문에 너무 가혹한 대가를 치렀다”는 터너 아버지의 편지가 공개되면서, 미국 사회에서는 ‘“법원이 중상류층 출신 스포츠 유망주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번 판결을 내린 애런 퍼스키 판사의 사임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사이트의 서명 운동에는 지금까지 100만여명이 참여했으며,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피해 여성에게 “당신의 이야기는 내 영혼에 깊게 새겨졌다. 성폭행 사건에 대해 극심한 분노를 느낀다”는 내용을 담은 위로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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