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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칼날 쥔 허리케인, 백악관 초토화-피츠제럴드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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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물 - ‘리크게이트 리비 기소’ 피츠제럴드 검사
“권력에 굴하지 않아” 정평마피아 두목 존 갬비노 잡아
현대판 ‘언터처블’ 별명도 “허리케인 피츠제럴드가 다가오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신분을 누설했다고 해서 붙여진 ‘리크 게이트’ 수사를 책임진 패트릭 피츠제럴드(44) 특별검사를 미국 언론들은 허리케인에 빗대곤 한다.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초토화했듯, 그가 조지 부시 행정부를 뒤흔들 것이라는 경보다. 그는 28일 딕 체니 부통령의 측근인 루이스 리비 비서실장을 위증 등 5가지 혐의로 기소함으로써 그런 비유가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리비 비서실장은 부시 행정부를 움직이는 네오콘(신보수주의)의 핵심 인물 가운데 하나다. 부시 대통령은 그의 기소 직후 성명을 내어 “우리는 모두 슬픔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슬픔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피츠제럴드 특별검사는 부시 대통령의 측근인 칼 로브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여전히 조사 대상이며 ‘법적인 위험’에 놓여 있음을 명백히 했다. 로브 부비서실장이 ‘최초 누설자’라는 혐의를 계속 쓰고 있는 한 백악관은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다. 피츠제럴드 특별검사는 지지자들로부터 권력에 굴하지 않는 강직한 검사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시엔엔(CNN)>은 “그가 근면과 결단력, 집요함으로 범죄와 싸워왔다”며 “권력에 굴하지 않음으로써 권력을 쥐게 됐다”고 평했다. 제임스 코미 법무부 부장관은 2003년 12월 그를 리크 게이트 특별검사로 임명하면서 “그는 한 올의 정치바람도 타지 않는 검사”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1993년 뉴욕에서 일할 때 마피아 두목 존 갬비노를 마약거래 혐의로 기소해 ‘언터처블’(손댈 수 없는 사람)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30년대 시카고를 주름잡은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를 추적했던 연방검사 엘리엇 네스와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리크 게이트를 수사하는 와중에도 시카고 조직범죄 소탕작전을 펼쳐 14명을 기소했다.
그는 95년 세계무역센터 폭발 사건을 수사하면서 테러범죄와의 전선에 섰다. 이후 오사마 빈라덴 일당을 추적하는 팀에서 일했고, 98년 케냐와 탄자니아 주재 미국대사관 폭탄테러 사건을 맡았다. 2001년엔 시카고로 자리를 옮겨 리처드 댈리 시장과 조지 라이언 일리노이 주지사를 비롯해 무려 60명을 각종 비리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경력 탓에 비판자들로부터 세상을 단순하게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대결로 본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일부 공화당원들은 그가 리크 게이트를 수사하면서 범죄를 구성하는 데만 몰입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는 아일랜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애머스트대에서 경제학과 수학을 전공하고, 하버드대 법대를 나와 3년 동안 변호사로 일했다. 과묵한 성품의 그는 이번 수사 과정을 철저하게 함구했다. 미국 언론들은 그에게선 아무런 ‘리크’(누설)가 없었다며, 그의 과묵함과 부시 행정부의 ‘설화’를 대비시켰다. 글 유강문 기자, 사진 AP 연합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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