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1.22 16:27
수정 : 2016.11.22 22:10
“후보지명 도둑맞은 것 …도저히 투표할 수 없었다”
미시간주 민주당 경선 극적 승리 이끈 샌더스 지지자들
위키리크스 해킹으로 ‘클린턴 불공정 경선’ 드러나자 등 돌려
|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한 맥주집에서 만난 엘레인 페트루치(50·사진). 그는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후보 쪽 대의원이었다. 그는 본선에서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았다.
|
“버니 샌더스는 힐러리 클린턴한테 (대선) 후보 지명을 도둑맞은 겁니다. 우리(샌더스 지지자들)는 도저히 클린턴한테 투표할 수 없었어요.”
지난 15일(현지시각) 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외곽 맥주집에서 만난 엘레인 페트루치(50·사진)는 울먹이다시피 했다. 페트루치는 미시간의 샌더스 쪽 대의원이자 자원봉사 관리 책임자였다. 최소한 미시간에서, 클린턴 진영은 샌더스 지지자를 거의 흡수하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미시간 승리 한 축이 백인 노동자였다면, 다른 축은 샌더스 지지자들의 클린턴에 대한 반감과 저항이었다.
미시간은 지난 3월8일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경선 전만 해도 모든 여론조사는 13~27%포인트로 클린턴이 앞섰다고 발표했지만 샌더스는 49.8% 득표로 클린턴(48.3%)을 눌렀다. 국제무역이 일자리를 앗아갔다는 샌더스의 캠페인이 먹혀들었다.
이때문에 지난 7월과 10월 위키리크스 해킹을 통해 드러난, 클린턴에 유리하게 진행된 민주당의 불공정 경선관리는 샌더스 지지자들을 분노케 했다. 페트루치는 “우린 클린턴이 한 일을 다 알아버렸다”며 “대통령 후보란에 어떤 후보에게도 투표하지 않은 사람이 9만명쯤 된다. 상당수가 샌더스 지지자”라고 추정했다.
|
미국 미시간주 머콤카운티에는 포드자동차 공장도 있다. 노동자 밀집지역인 이곳은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며 이번 대선에서 보호무역주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후보 쪽으로 기울었다.
|
상처는 깊었다. 샌더스가 클린턴을 공식 지지했음에도, 이들은 돌아서지 않았다. 질 스타인 녹색당 후보 선거운동을 도와준 이들도 있었다. 미시간에서 트럼프와 클린턴의 표차는 0.3%포인트(1만여표)였다. 만일 미시간(선거인단 16)과 펜실베이니아(20)를 이겼다면, 지금 대통령 당선인은 클린턴이다.
‘클린턴을 찍지 않음으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페트루치는 “외국인인 당신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미국인 입장에선) 클린턴이 트럼프보다 더 나쁘다”고 말했다. 그 근거는 트럼프를 찍었던 백인 노동자들의 정서와 일치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북미자유무역협정 서명으로 미시간과 오하이오 등 미 중서부가 초토화됐는데, 힐러리 클린턴은 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또 빼앗게 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해왔다.
지난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으로 동성애 운동, 소수민족 인권운동 등 많은 문화적 진보주의자들이 민주당 우산으로 들어왔다. ‘문화 전쟁’에서 미국의 진보는 승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핵심 지지기반인 노동자 중심 백인 저학력 유권자층에서 멀어졌다. 그 대가는 인기영합주의와 인종주의가 범벅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다. 샌더스는 선거에 패한 민주당에게 “워싱턴을 벗어나 노동자를 만나라”고 했다. <끝>
디트로이트/글·사진 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