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과일 생산 936배로 “식량위기 탈출”

쿠바 아바나의 플라자 지역에 있는 25오르가노포니코 농장에서 농부들이 토마토와 양상추 등을 돌보고 있다. 이정용 기자 [e-mail]

피스보트 세계를 가다/ 쿠바의 유기농업
도시면적 15%가 ‘실험의 현장’ 활용

식량 위기에서 출발한 쿠바의 도시 유기농 실험이 지속 가능한 대안농업의 상징으로 떠오르는 데는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쿠바인에게 필요한 하루 음식물 섭취량으로 2400kcal의 열량과 단백질 72g을 권장하고 있다. 식량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1993년 쿠바인의 평균 음식물 섭취량은 하루 1893kcal의 열량과 46g의 단백질에 머물렀다. 이 수치는 지난 2000년 열량 2600kcal, 단백질 68g으로 올라섰다. 식량위기는 막을 내린 셈이다.

도시 유기농 실험의 성과는 농산물 수확량의 변화 추이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쿠바 전역에서 수확한 농산물 총량은 이미 지난 2000년 화학비료와 농약, 각종 농기계를 대량 투입했던 1989년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쿠바 농업부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지난 1998년에서 2000년 사이 옥수수는 767%, 쌀은 113%, 감자·고구마 등 구근식물은 208%에 이르는 생산량 증가 추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1994년 4200t에 머물렀던 채소 및 과일 생산량은 도시 유기농장의 확산과 함께 지난 2003년 말 현재 393만1200t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지난해 말 현재 쿠바 전체 도시면적의 14.6%가 유기농 실험의 현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도시 유기농 실험의 성공은 식량 증산은 물론 고용창출 효과까지 불러오고 있다. 지난 2003년 말 현재 크고 작은 도심 속 유기농장에서 일하는 이들은 전국적으로 2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전년 대비 3만5천여명이 늘어난 것으로, 같은 해 쿠바 전체 신규 고용의 22%를 차지하는 수치다. 아바나/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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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민 이주 못시켜 아예 농업을 옮겼다”
쿠바 농업부장관 보좌관 인터뷰

쿠바 농업부는 도시 유기농 실험의 ‘야전 사령부’ 구실을 해왔다. 국영 집단농장을 해체해 농민들에게 땅을 내줬고, 지역 공동체 차원에서 도심 속 작은 농장에 기술 및 장비 지원 책임을 맡아왔다. 28일 오전 아바나 중심가에 있는 농업부 청사에서 후안 호세 레온 베가 장관 정책보좌관을 만났다.

-식량위기 해법으로 도시 유기농에 주목한 이유는?

=쿠바 인구의 80%가 도시에 산다. 혁명 이후 농민들이 대거 도시로 몰려나와 교육을 받고 신기술을 배워 전문직 종사자로 탈바꿈한 탓이다. 식량부족 사태 해결을 위한 선택은 두 가지였다. 도시민을 농촌으로 보내거나, 농업을 도시로 가져와야 했다. 후자가 훨씬 쉬운 길임은 자명했다.

-출발이 쉽지 않았을 텐데….

=가장 큰 어려움은 화학비료와 농약의 즉각적인 효력에 길들여져 있는 농민들에게 유기농의 효용성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물론 비료와 농약 수입량이 극도로 줄었으니, 다른 길도 없었다. 유기농법을 도입하기 전까지 쿠바 전역에서 한해에만 약 100만t의 화학비료와 2만5천t의 농약을 사용했다. 지난해 말 현재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량을 각각 19만t과 1500t 정도로 줄였다.

-도시 유기농장의 형태가 다양한 것으로 안다.

=‘평화시기 특별기간’이 선포되기 전까지 농토의 80%가 국유 집단 농장이었다. 하지만 도시 영농사업을 시작한 지 10여년이 지난 현재 농지의 76%를 ‘오르가노포니코’를 비롯한 크고 작은 자발적 영농조합이 쓰고 있다. 이 가운데 약 150만ha는 1779개 기초생산단위조합(UBPCs)이 사용하고 있고, 개인농 17만여명이 조직한 집중농장 등 2800여 조합이 78만ha 가량의 토지를 활용하고 있다. 나머지 24%는 국유농장으로, 대부분 수출용 작물 재배에 집중하고 있다.

-시장제도를 일부 도입한 것인가?

=일종의 인센티브 개념이다. 1994년부터 잉여 생산물의 상업화를 허용했다. 수확의 80%는 공공영역에 우선 공급하도록 하고, 나머지 20%는 원하는 가격에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했다. 이른바 ‘자유시장’ 부근에 싼 가격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국영시장을 설치해 가격 폭등에 대처했다.

아바나/글 정인환 기자, 사진 이정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