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1.21 15:18
수정 : 2017.01.2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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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반 트럼프 시위’에 참석한 시민들이 ‘대중의 힘 - 사회운동이 새로운 사회를 여는 씨앗’이라는 배너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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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반대 시위…한인단체들도 대거 참여
경찰과 충돌도… 워싱턴에서만 200여명 체포
LA 교육청, 취임식 날 ‘통합의 날’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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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반 트럼프 시위’에 참석한 시민들이 ‘대중의 힘 - 사회운동이 새로운 사회를 여는 씨앗’이라는 배너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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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5대 대통령의 취임식 당일인 20일(현지시각), 워싱턴을 비롯해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전역에서 ‘트럼프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취임식 다음날인 21일에는 트럼프에 반대하는 대규모 ‘여성의 행진’도 예정돼 있다.
워싱턴에서는 곳곳에서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벌어졌다. 시위대는 콘크리트 조각을 경찰에게 던지는 등 격렬한 시위양상을 보였고, 경찰은 최루액을 분사하고 섬광탄과 최루탄을 쏘며 대응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워싱턴에서만 200여명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역대 취임식 당일 벌어진 시위 체포자 가운데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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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에도 트럼프 반대 집회에 모인 수천명의 참석자들이 우산을 들고 운집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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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 당일인 이날, 로스앤젤레스 스페이플스 센터 등에서 열린 트럼프 반대 집회에는 4000여명이 참가했다. ‘진보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여러 단체가 공동주최한 이 집회는 애초 1만여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전부터 세찬 비바람이 내리면서 참석인원은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 행사 주최 쪽 관계자인 마르케즈는 “트럼프가 선동하는 증오정책에 반대하고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집회에는 트럼프에 반대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결집되었다. 트럼프의 인종차별 정책에 반대하는 피켓을 든 참석자, 공공건강보험(오바마케어) 폐지를 반대하는 참석자, 여성혐오 등 트럼프의 혐오발언에 반대하는 참석자는 물론 자본주의 사회의 변화를 원하는 참석자까지 다양했다. 트럼프 당선 직후 많이 들고 나왔던 ‘우리 대통령이 아니다’(NOT my President)라는 피켓도 많이 보였다. 집회에 참석한 바니 로메로는 “오늘 이 집회는 역사적인 행사로 기억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대통령의 취임식을 축하할 수 없다. 오늘 집회에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였지만, 공통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럼트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 것이 우리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트럼트 집권기간 동안 미국 사회가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집회에는 한인타운 노동연대 등 한인단체들도 대거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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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옷에 빼곡히 자신의 주장을 적어넣은 참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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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로스앤젤레스 일부 학교에서는 동맹휴교가 이뤄지거나 수업시간에 생방송으로 대통령 취임식 장면을 지켜본 뒤, 민주주의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로스앤젤레스 교육청은 대통령 취임식 날을 ‘통합의 날’(Unity Day)로 선언했다. 여러 인종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역사적 현장에서 학생들이 이슈가 되고 있는 이민문제나 인종차별 이슈 등에 대해 직접 배우고 생각을 나누기 바란다는 뜻이다. 로스앤젤레스는 미국 내에서도 중남미 이민자 비중이 높고, 흑인·동양인 등 소수인종이 섞인 공동체가 많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 교육청은 “취임식 당일 집회나 토론 참여 등을 이유로 학교에 출석하지 않더라도 해당 학생에게 어떠한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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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대에 ‘우리가 혁명이다 - 우리 손에 달려있다’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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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전날인 19일에는 로스앤젤레스 초중고 학교 350여곳에서 교사, 학생, 학부모 등이 참석한 ‘반 트럼프 집회’가 열렸다. 그랜드 뷰 블러바드 초등학교에서 열린 집회에는 최대 교원노조단체인 미국교육협회 릴리 에스켈슨 가르시아 회장이 직접 참석해 “우리는 매우 강경한 이민정책을 내세운 새 대통령을 맞이한다. 내일 우리는 주변에서 ‘이 땅을 떠나라’라는 추방 권고를 받는 사람들을 보게 될 것”이라며 “이것이 오늘 집회를 열게 된 직접적 계기”라고 말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보도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 땅은 당신의 땅이 아니다”, “우리는 결국 극복할 것”이라고 영어와 스페인어로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로스앤젤레스/글·사진 이철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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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트럼프’ 시위에 참석한 이들은 다양한 단체와 다양한 주장이 모두 섞여있다.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배너를 든 한 참석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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