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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08 17:24 수정 : 2005.11.08 17:35

인류의 대재앙이 사람에 따라서는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는 재테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도날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그 경우에 해당한다. 그는 전 세계가 조류독감의 공포 속에서 떨고 있는 동안 자신이 투자한 제약회사의 주식가격이 30%이상 폭등해 가만히 앉아서 1백만달러(한국돈으로 약 11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머니투데이 11월1일). 이라크를 정당한 이유 없이 침략해 아비규환의 생지옥으로 만든 장본인이 조류독감으로 떼돈을 벌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세상사가 참으로 어처구니없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미국은 역시 한국인들이 볼 때는 불가사의한 나라이다. 럼스펠드의 주식 대박은 한국 같았으면 큰 정치적 논란거리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 얘기가 주류언론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진보적인 블로그 사이트에서 럼스펠드의 대박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을 뿐이다.

럼스펠드가 돈벼락을 맞은 것은 조류독감의 유일한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특허권을 갖고 있는 갈리아드 사이언스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류독감의 확산으로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 6개월 동안 한주 당 35달러에서 47달러로 약 30% 급등했다. 그 결과 럼스펠드는 큰 평가차익을 올리게 된 것이다. 타미플루는 현재 조류독감의 유일한 치료제로 알려져 있으며 스위스의 로슈가 매출액의 10%를 길리아드에 지급하는 조건으로 독점생산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럼스펠드가 500만~2500말 달러 규모의 길리어드 주식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럼스펠드가 지분을 갖고 있는 길리아드 사이언스가 단순한 생명공학 제약회사가 아니라 정재계와의 커넥션이 강한 기업이라는 사실에서 뭔가 정경유착의 냄새가 난다. 이사 중에는 럼스펠드 이외에도 전 미국 국무장관 조지 슐츠,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피트 윌슨의 부인, 인텔의 창업자로서 PC의 마이크로칩을 발명해 억만장자가 된 고든 무어 인텔 전 회장, 미국과 유럽과 관련된 주요 현안과 관련해 막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는 비스카운트 다비논 등이 거물들이 즐비하다.


슐츠는 미국의 대표적인 거대 엔지니어링회사인 벡텔의 이사로서 중동 비즈니스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물이다. 벡텔은 바로 체니 부통령이 회장으로 재직했던 핼리버튼과 함께 이라크의 재건공사 수주에서 수십억달러의 특혜성 공사주수 실적을 올리고 있는 기업이다. 특히 럼스펠드와 체니의 관계는 각별하다. 럼스펠드는 포드 대통령 때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기용됐다 국방장관으로 임명되자 후임에 현재의 체니 부통령을 추천했다. 체니는 아들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럼스펠드를 국방장관에 천거해 과거의 신세를 갚았다. 이처럼 두 사람은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권력을 누려온 절친한 사이이다.

길리아드와 럼스펠드의 관계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는 것은 럼스펠드가 국방장관으로 있는 동안 길리아드가 개발한 제약 또는 물질특허 관련 약품이 연방정부의 대량구매로 엄청난 매출신장을 기록하면서 성장가도의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
길리아드가 성장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2001년 9.11테러 이후 알카이다 테러리스트들의 탄저균, 천연두균 등 세균공격설이 나돌면서였다. 탄저균 소동에 이어 천연두균 살포설이 나돌면서 천연두 백신 수요가 급증했다. 천연두 백신 접종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 길리아드가 개발한 비스티드도 함께 주사됐다. 비스티드는 길리아드가 상업화에 성공한 최초의 약품이었다. 수요처를 찾지 못해 고전하던 길리아드는 천연두 백신의 대량 접종으로 덩달아 매출이 증가했다. 특히 2003년 이라크 무력 침공을 앞두고 이라크 파병 미군 병사들에게 천연두 백신과 비스티드가 한세트로 주사됐다. 이때 비스티드 주사를 결정한 사람은 바로 길리아드 회장직을 거친 럼스펠드였다. 이후 탄저균과 천연두 소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알 카이다 세균공격설의 진위여부는 아직까지도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조류 독감이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부시 대통령이 연방정부 차원에서 총 30억 달러 규모의 타미플로 백신 구매을 결정함으로써 길리아드는 말 그대로 대박을 터뜨리게 됐다. 부시 대통령은 이외에도 연방의회에 총 70억달러를 긴급 방출 예산을 요구한 바 있어 연간 평균 매출액이 8억달러 수준인 길리아드는 조류독감의 확산범위와 속도에 따라서는 최대 기존의 매출액 규모에 달하는 엄청난 로얄티 수입을 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타미플루가 조류독감에 과연 어느 정도 효력이 있는지는 관점에 따라 큰 편차가 있다. 일부의 의학 전문가들은 대규모 인명피해를 초래할 조류독감의 사람간 전염가능성이 아직까지는 하나의 가능성으로만 존재하는 상황에서 미 연방정부의 대대적인 백신구매 결정에는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고 의문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타미플루의 효과가 조유독감을 완전히 치료하기보다는 병을 앓는 기한을 며칠 단축하는데 불과한데 한 병에 100달러(한화 11만원)씩의 비싼 가격으로 2천만명 분을 구입하는 것이 과연 합당하느냐는 것이다.

제약회사와 미 정치권의 유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 거대 제약회사들은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주요한 돈줄 가운데 하나였다. 클린턴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의욕적으로 추진코자 했던 의료개혁이 좌절된 것은 제약회사들의 강력한 저지로비 때문이었다. 제약회사들은 클린턴이 추진하는 의료개혁이 실시될 경우 국민개보험 체제의 구축에 따른 약품가격의 인하로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해 총력저지에 나섰다. 이들의 로비력은 공화당 의원들은 말 할 것도 없고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까지도 의료개혁 반대 진영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할 정도로 강력했다.

조류독감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뤄진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횡재는 부시정권 인사들의 정경 유착관계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일지도 모른다. 장정수 <한겨레> 기획위원

■ 참고 web sites

  • http://www.moneytoday.co.kr/daily_index.html
  • http://money.cnn.com/2005/10/31/news/newsmakers/fortune_rumsfeld/?source=aol_quote
  • http://ezinearticles.com/?Rumsfeld-To-Profit-From-Bird-Flu-Hoax&id=89777

  • http://www.scoop.co.nz/stories/HL0511/S00018.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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