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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체르노빌 원자로 폭발사고로 인한 피폭 후유증을 앓고 있는 우크라이나 피폭자 2세들이 지난달 29일 쿠바 아바나 외곽의 카라라 요양원에서 적외선 치료를 받고 있다. 머리카락이 모두 빠지는 등 피폭 후유증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은 이곳에서 치료를 받은 뒤 머리카락도 조금씩 자라고 정신적으로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아바나/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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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 바다빛’ 사랑… 16년간 2만명에 밀물
쿠바 아바나 동쪽 카라라 해변에 맞닿아 있는 어린이 요양원에 먼동이 터 오른다. 오전 7시가 넘어서자 진료소로 아이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하나같이 머리가 벗겨진 아이들의 눈동자는 카리브해의 짙푸른 빛깔을 닮아 있다. 간호사가 머리에 ‘태반 크림’을 발라주자 아이들은 익숙한 솜씨로 적외선 치료기를 켠 뒤, 주황색 전등 불 아래 의자에 앉아 눈을 감는다. 43개의 주거용 방갈로와 병원, 특별 진료센터와 놀이시설을 갖추고 있는 이 곳에는 현재 146명의 우크라이나 아이들이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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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라요양원 근처 해변에서 한 어린이가 사랑의 표시인 하트를 그려보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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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피폭 후유증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이 지난달 29일 쿠바 아바나 외곽의 카라라요양원에서 적외선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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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자스라프스키(22)는 지난 1993년 카라라 요양원에 온 뒤 이제껏 머물고 있다. 체르노빌 사고 당시 갓 3살을 넘겼던 그는 혼자 힘으로는 자리에 앉지도 못했다고 했다. 지난 12년 세월 동안 수술을 잇따라 받은 그는 2년 전부터 조금씩 발걸음을 떼고 있다. 자스라프스키는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처음에는 한번에 알약을 68개나 먹어야 했지만, 요즘은 불과 6개면 족하다”며 “언젠가 건강해져 고향으로 돌아갈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쿠바의 ‘체르노빌 어린이’ 지원 프로그램은 미국의 봉쇄정책으로 의약품과 의료장비 부품조차 구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지난 16년 동안 끊이지 않고 이어져 왔다. 지금까지 카라라 요양원을 거쳐간 아이들은 1만7943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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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보트에 탑승한 각 나라 평화운동가들이 지난달 28일 카라라요양원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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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체르노빌 방사능 피폭자들이 있는 쿠바 아바나 인근의 카라라요양원을 방문한 피스보트 승객들이 이곳의 어린이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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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폭 후유증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이 치료 받는 카라라요양원의 적외선 치료실. 어린이들은 새벽 7시부터 오후 8시 사이에 이곳에서 치료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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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린이가 10월29일 치료를 받던 중 엄마의 품에 안겨 힘겨운 표정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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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바나/글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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