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자 입국 허용 놓고 갈팡질팡
시리아 난민들 미국 정착 꿈 날아가
아이티 업계·대학도 비상
미국 전역서 이틀째 시위 이어져
“혼돈, 혼선, 분노.”
미국 언론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난민 행정명령’ 서명 뒤 미국 안팎에서 벌어진 상황을 이렇게 세 단어로 규정했다.
유예기간도 없이 기습적으로 실행된 행정명령으로 입국금지 대상 7개국 여행자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가 미국 공항에서 곧바로 추방되거나, 난민 허가를 받아 미국에 들어왔다가 다시 쫓겨나야 할 처지의 사람들도 적지 않다. 특히 난민들은 고국으로 돌아가면 정치적 박해를 받을 수 있어 위기감이 더하다.
가장 큰 혼란을 겪은 이들은 7개국 출신 미국 영주권자들이었다. 오래전에 합법적으로 정착해 이미 미국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이 잠시 고국에 들렀다가 돌아오지 못하거나 공항에 억류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란 출신 영주권자인 한 여성은 “테헤란에 어머니를 보러 왔다가 워싱턴으로 돌아가려고 두바이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탔는데, 이륙 직전 미 교통안전국 요원이 기내에 들어오더니 내리라고 했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영주권자에 대해 ‘입국 금지→선별적 입국 허용→입국 허용’ 등 사흘 동안 오락가락했다.
오랫동안 미국 이민을 준비한 뒤, 이제 막 이집트 카이로에서 뉴욕행 비행기를 타려던 이라크인 푸아드 샤리프(51) 가족 5명은 행정명령 실행 직후 탑승을 거부당했다. 샤리프는 “(이라크에서) 집도, 차도 다 팔고, 직장도 그만뒀다”며 “특별 이민비자로 테네시주 내슈빌에 정착하기로 돼 있는데, 트럼프가 우리 가족의 삶을 망가뜨렸다”고 어쩔 줄 몰라 했다.
미국 입국을 준비중이던 시리아 난민 암마르 사완(40)도 “모든 꿈과 희망이 물거품이 돼버렸다”고 한탄했다. 이번 행정명령으로 2만7천여명에 이르는 시리아 난민의 미국행이 좌절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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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난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한 여성이 29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넌 해고야!’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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