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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인터뷰 도중 얼음 씹으며 ‘미안해요’ |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8일 부산 APEC(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연합뉴스를 비롯한 한중일 3국의 일부 언론이 참석한 가운데 인터뷰를 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내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 맞은 편 루스벨트 룸에서 인터뷰를 했고, 예정 시간보다 15분쯤 늦게 들어서면서 '굿모닝'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녹색 체크무늬 넥타이에 짙은 감색 양복을 착용한 부시 대통령은 30여분간에 걸친 인터뷰에서 사전 준비된 원고없이 즉석에서 답변했고, 시종 담담한 표정이었으나 한반도 비핵화 문제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는 주먹을 불끈 쥐는 등 다양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특히 이날은 버지니아, 뉴저지주에서 부시 행정부에 대한 사실상의 중간평가의 성격을 띤 주지사 선거를 실시하는 날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부시 대통령은 인터뷰 도중 음료수 속 얼음을 씹으며 '미안합니다'라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질문은 부시 대통령의 아시아 지역 방문 순서인 일본-한국-중국 순으로 3차례씩 했고, 부시 대통령은 다리를 꼬고 앉은채 편한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백악관측에서는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 스콧 매클렐런 대변인, 파야 셔자드 국가안보 부보좌관, 마이클 그린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국장, 댄 바틀렛 대통령 고문, 미셸 데이비스 대통령 공보담당 부보좌관 등이 배석했
이날 인터뷰에 참석한 한중일 3국 기자들은 회견장 주변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됐고, 일부 기자가 화장실을 이용하는 동안에도 경호원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을 정도였다.
한중일 3국 기자들의 취재 경쟁도 대단했다. 부시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을 현장 취재 노트에 담기 바빴고. 녹음기 등 첨단장비를 대거 동원해 백악관측에서 "도대체 이게 뭐냐"는 항의성 조크를 받기도 했다.
지난 1907년 오벌 오피스가 건축될 때까지 대통령 집무실로 이용돼 온 루스벨트룸 벽에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승마 그림과 그가 1906년 수상한 노벨평화상 메달이 장식돼 있었다.
부시 대통령이 사용하는 책상 뒤에는 대통령과 부통령의 휘장기, 육해공군과 해병대 깃발이 나란이 꽂혀 있었고, 인터뷰는 사각형 회의용 탁자에 앉아 이뤄졌다.
부시 대통령의 이날 인터뷰 내용의 핵심은 한미동맹 강화의 필요성과 북한의 인권문제를 지적한 것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부산 APEC 참석의 의미에 대해 "한미동맹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공통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양국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한국정부가 이라크 민주주의 증진을 위해 지원해준 것을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한미동맹관계는 매우 중요한 관계"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미간에 아직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진 않았지만 한미 양국이 공정한 무역질서를 이루면서 양국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면서 "미국은 오랫동안 한국의 친구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 뿐만 아니라 부시 대통령은 "동북아지역에 대해서는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크로퍼드 선언'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이 선언을 실행하기 위해 지금 6개국이 협상하고 있고, 일부이지만 성과도 있었다. 앞으로 이 목적을 실행하기 위해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부시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새로운 역할 변화에 대해 "우리가 현재 미군을 재배치하고 있지만 능력을 축소하는게 아니라 안전보장을 더 강화하는데 있다"며 "이 조치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과 얘기한 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KBS와 가진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은 "한미관계는 일부에서 말하는 것보다 단단하다"면서 북핵 6자회담 등과 관련해 "북한은 이제 말이 아니라 행동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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