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가까운 기자생활 불명예 은퇴
미국 중앙정보국 요원의 신분을 누설한 이른바 '리크 게이트'와 관련해 한때 영웅 대접을 받았다가 나중에 회사측과 갈등을 겪었던 뉴욕 타임스 주디스 밀러 기자가 결국 사직했다고 워싱턴 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밀러 기자는 딕 체니 부통령의 전 비서실장인 루이스 리비가 특별검사에 의해 기소되고 조지 부시 대통령의 '오른팔'인 칼 로브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계속 조사를 받는 등 파문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리비 전 비서실장과의 복잡한 관계가 거론되면서 회사측과 향후 거취 문제를 협의해 왔다. 아서 슐츠버거 뉴욕타임스 발행인은 밀러 기자의 사직 결정과 관련한 성명을 내고 "언론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밀러 기자에게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밀러 기자는 '리크 게이트' 사건에서 취재원 공개 거부로 85일간 감옥살이를 한 뒤 취재원과 '담합'했다는 지적을 받으며 '취재원 보호'라는 큰 명분까지 훼손시켰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뉴욕타임스의 빌 켈러 편집인은 "뉴욕타임스가 독자들 보다는 소속 기자들을 보호하는데 더 중점을 두는게 아니냐는 인식을 심어주게 될까 두렵다"고 우려하고 '리크 게이트'에 관여된 자사 소속 주디스 밀러 기자를 잘못 다뤘다며 과오를 인정했었다. 켈러 편집인은 특히 밀러 기자를 좀 더 면밀하게 면접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밀러 기자가 이 사건의 핵심부에서 CIA 직원에 대한 흘린 정보를 받는 기자였다는 중요한 경종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자탄했다. 지난 1977년 뉴욕 타임스에 입사했던 밀러 기자는 지난 2002년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테러리즘을 보도해 동료들과 함께 언론인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인 퓰리처상을 수상했었다.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