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4.12 16:36
수정 : 2017.04.12 22:16
러 라브로프 장관, 미 틸러슨 장관 회담 시작하며 비판
“미, 국제현안에 모순적 발언들…실제 의도 질문할 것”
틸러슨 “회담 통해 이견 좁힐 수 있는 방안 파악하길”
미 “러시아가 시리아 화학 공격 은폐 도와”
러시아 방문 하루 앞두고 압박 수위 높이기도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과 미국의 시리아에 대한 미사일 공격으로 미-러 관계가 얼어붙은 가운데 두 나라 외교장관이 마주 앉았다. ‘러시아통’으로 유명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취임 뒤 처음으로 12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 외무부 영빈관에서 틸러슨 장관과 회담을 시작하면서 미국의 시리아 공격을 비난하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최근 시리아에 대한 불법 공격이란 우려를 할 만한 행동이 벌어졌다”며 “러시아는 미국이 앞으로 시리아에 대한 공격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그는 또 “러시아는 양자 관계 및 국제 현안과 관련한 미국의 일관되지 않고 모순적인 최근 발언들에 대해 많은 질문을 갖고 있다”며 “우리는 (이번 회담을 통해) 미국의 입장과 미 행정부의 실제 의도 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회담을 통해 왜 미국과 러시아가 첨예한 이견을 갖고 있는지, 그러한 이견을 좁힐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길 바란다”고 맞섰다. 틸러슨 장관은 앞서 11일 이탈리아에서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 회담을 마친 뒤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이 “끝나가고 있다”며 러시아의 아사드 정권 지원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틸러슨 장관의 러시아 방문을 하루 앞두고 백악관은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공격 은폐에 러시아가 관여하고 있다는 내용의 정보문서를 공개하며,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백악관은 11일, 미국 정보기관이 지난 4일 시리아의 화학무기 공격에 대해 바샤르 아사드 정권의 소행으로 결론 내렸다는 내용의 문서를 공개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작성한 4쪽짜리 문서에는 러시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한 아사드 정권의 “방패막이”가 되고 있다고 비판하는 내용도 실려 있다. 러시아가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공격을 사전에 알았는지에 대해선 미 정부기관 내부에서도 일치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쪽 움직임에 대해 러시아는 반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화학무기 공격에 대해 유엔에 공식 조사를 요청하겠다면서 미국 정보기관의 능력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2003년 대량살상무기를 소유했다는 잘못된 정보 판단으로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사례까지 끄집어냈다.
시리아에 대한 다음 행보를 둘러싸고 혼란스런 메시지를 보내던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지상군 투입 불가’ 등 애초의 정책을 재확인하는 방향으로 정리되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시리아 공군기지에 대한 미군의 미사일 공습에도 미국의 시리아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11일 언론 브리핑에서 “시리아에서 (미국의) 목표는 이슬람국가(IS) 격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시리아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시리아에 지상군을 투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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