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5.17 23:04
수정 : 2017.05.17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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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제공한 촬영 날짜가 알려지지 않은 가발을 쓰고 화장을 한 첼시 매닝의 사진.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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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전 대통령, 1월 대폭 감형
감옥서 호르몬 치료 성전환 및 개명
매닝 “처음으로 ‘첼시’로서의 미래 꿈 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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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제공한 촬영 날짜가 알려지지 않은 가발을 쓰고 화장을 한 첼시 매닝의 사진.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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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기밀자료를 위키리크스에 건네 복역 중이던 첼시 매닝(29)이 7년만에 석방됐다.
<비비시>(BBC) 방송은 17일 미군 대변인을 인용해 매닝이 그가 복역 중이었던 캔자스주 포트레번워스 군 교도소에서 출소했다고 밝혔다. 매닝의 출소는 지난 1월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2013년 당시 간첩죄 등으로 35년형을 선고 받았던 그의 형량을 7년으로 대폭 감형해 이뤄졌다.
매닝은 2009~2010년 이라크에서 육군 정보분석병(일병)으로 근무하던 당시 미군의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 관련 기밀 문서, 국무부 외교 문서, 영상 등 수십만 건의 자료를 군 전산망을 통해 빼내 정보공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유출했고, 위키리크스뿐 아니라 전 세계 언론이 유출된 자료의 내용을 보도했다. 매닝이 건넨 자료에는 2007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아파치 헬기에 탄 미군이 이라크 민간인을 향해 총을 쏘는 장면도 담겨 있었다. 이 공격으로 두 명의 로이터 기자와 다수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매닝은 당시 “전 세계에 논쟁과 개혁을 불러일으키기를 바라며” 이 자료를 위키리크스에 건넸다고 한다.
매닝의 자료 유출은 그의 운명뿐 아니라 위키리크스의 창립자인 줄리언 어산지의 운명 또한 바꿔 놓았다. 2006년 설립된 위키리크스는 2010년 매닝이 건넨 미군 기밀을 폭로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간첩 혐의로 미국의 지명 수배를 받고 있는 어산지는 에콰도르에 망명 신청을 해 2012년부터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생활하고 있다. 어산지는 지난 1월 “매닝이 5월에 석방되는 즉시 미국으로 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2010년부터 구금돼 있던 매닝은 3년의 재판을 거쳐 2013년에 35년형을 선고 받았다. 국제앰네스티는 “실제 인권침해를 저지른 사람들보다 인권침해를 고발한 매닝이 더 무거운 형벌을 받았다”며 매닝에 대한 판결이 부당하다고 주장해 왔다.
매닝은 형 선고 다음날 자신의 성 정체성이 여성이라며 성전환 호르몬 치료를 희망했다. 그는 감옥 안에서 호르몬 치료를 받으며 여성 정체성을 가지고 살았고 이름도 브래들리 매닝에서 첼시 매닝으로 바꿨다.
매닝은 출소를 일주일 앞둔 지난주 성명을 내 “처음으로 첼시로서의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됐다. 자유란 내게 꿈꿔왔지만 완전히 상상할 수는 없었던 어떤 것이었다. 이제, 자유는 내가 친구들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다시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지난 7년간 정기적으로 강요된 이발을 포함한 건강과 자율성의 제약, 독방 감금 기간이 지난 뒤에 말이다”라고 밝혔다. 매닝의 변호인단은 “첼시는 이미 이 나라 역사상 어떤 내부고발자보다 긴 형을 살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감형 지시는 미군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군사기밀을 공개한 병사의 안위를 고려한 첫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매닝은 출소 뒤 가족이 있는 매릴랜드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는 감형이 결정된 1월 트위터에 “이번 여름에 매릴랜드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집에 가고 싶어 참을 수 없다”고 올렸다. 매닝의 트위터는 그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친구가 관리해 왔다고 한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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