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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6.30 16:33 수정 : 2017.06.30 23:35

단둥은행 ‘돈세탁 우려 기관’ 지정
작년 북 기업 금융 도운 혐의 포착
중 처벌 않자 미 직접 칼 빼들어
최악 인신매매국 분류 이은 공세
대북 정책 성과내려 옥죄기 강화
내주 G20 무역 논의도 겨냥한 조처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29일 백악관에서 중국 단둥은행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9일(현지시각) 중국의 단둥은행을 ‘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한 것은 다음주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겨냥한 고강도 압박 성격이 짙어 보인다. 최근 중국을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강등시킨 데 이어 북핵 및 무역 문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한 기선 제압용 조처로 풀이된다.

우선, 미 재무부가 단둥은행을 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한 과정을 보면 양쪽의 힘겨루기가 상당히 거칠어 보인다. 미국은 단둥은행이 북한 기업의 ‘불법적’ 금융 거래를 도운 혐의를 포착하고 지난해 가을 무렵부터 중국이 자체적으로 조처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9월 단둥훙샹그룹이 미국의 압박에 따라 중국 당국의 자체 조사를 받았고, 한때 훙샹그룹이 단둥은행의 지분을 보유했던 것으로 알려진 점을 고려하면 대략 지난해 9월 안팎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중국이 자체 처벌을 거부하자 미국 행정부가 ‘칼’을 꺼내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도 “이번 조처를 놓고 중국과 사전 조율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런 점에서 ‘힘 대 힘’ 대결 양상처럼 번진 이번 조처는 향후 미-중 관계에 깊은 앙금을 남길 수 있다.

또한 이번 조처는 미국 행정부 안에서 중국의 ‘소극적’ 대북 압박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정책을 펴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우선적으로 압박 기제가 작동하려면 중국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정책에 대해 최근 공식 브리핑에서 ‘도대체 성과가 뭐냐’는 기자들의 비판적인 질문이 잦아졌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도 비공식 모임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인 ‘전략적 인내’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왔다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선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조바심이 생기면서 중국을 더욱 옥죌 필요성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번 조처는 중국 본토 은행에 대한 미국의 첫 제재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적지 않다. 게다가 미국이 2005년 9월 돈세탁 우려 은행으로 지정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비디에이) 은행 사태와 절차적으로도 유사하다. 당시 지정 근거도 단둥은행과 마찬가지로 애국법 제301조였다. 비디에이는 돈세탁 우려 대상 지정 뒤 대량 인출 사태가 벌어지자 북한 관련 계좌를 동결했다. 단둥은행에서도 대량 인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단둥은행의 북한 관련 자금 거래량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북한이 ‘비디에이 학습효과’에 따라 현금 수송 방식으로 바꿨거나 대안적 금융망을 구축했다면 실질적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또한 단둥은행이 1993년 지역 신용협동조합으로 창립돼 97년부터 은행으로 전환된 소규모 지역은행인 만큼 미국과의 거래는 많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질적 효과와는 별개로 중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작지 않아 보인다. 미국은 최근 며칠 동안 쉴 틈 없이 중국을 몰아붙이고 있다. 27일엔 중국의 탈북자 송환과 북한 해외노동자 고용을 이유로 중국을 인신매매국 최하위 등급으로 강등시켰다. 29일엔 트럼프 행정부 들어 처음으로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다음주 G20 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선 양국 간에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북핵 문제 이외에도, 7월16일엔 지난 4월 미-중 정상이 합의한 ‘미-중 무역·투자 불균형 해소 100일 계획’이 만료된다. 미국은 그때까지 무역·투자 분야에서 중국으로부터 더 많은 성과를 얻어내기 위해 압박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미-중 힘겨루기 과정이 임계치를 넘어서면 동북아 정세가 악화될 수 있다. 북한이 미국의 조처에 반발해 긴장 고조 행위를 할 수도 있다. 역으로, 거래와 결과 지향적인 트럼프 행정부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면 양국 관계가 다시 봉합될 수도 있다.

워싱턴 베이징/이용인 김외현 특파원 yyi@hani.co.kr

미국 정부가 북한 금융거래 지원 혐의로 ‘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해 자국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시킨 중국 단둥은행의 선양분행. 선양/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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