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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01 17:54 수정 : 2017.08.01 19:19

존 켈리 비서실장, 일단 규율 전권 장악
“트럼프, 스캐러무치 발언 적절치 못하다 느껴”

막말과 좌충우돌로 백악관을 뒤흔든 앤서니 스캐러무치(53) 백악관 공보국장의 권력암투 드라마가 ‘열흘 천하’로 막을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1일 스캐러무치 공보국장을 임명 열흘 만에 전격 경질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스캐러무치의 발언이 직위에 적절하지 못하다고 느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은 존 켈리 비서실장이 부담을 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며 “켈리 실장은 백악관 체제와 규율을 갖출 전권을 부여받았다. 참모들 모두가 그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스캐러무치의 열흘은 “짧고 격렬했던 백악관 여정”이라고 표현했다.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 선거자금을 담당한 스캐러무치가 7월21일 공보국장에 전격 발탁될 때만 해도 그가 이렇게 순식간에 낙마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스캐러무치는 임명 당시 백악관 출입기자들 앞에서 “나는 대통령을 사랑하고 매우 충성스러운 사람이다. 대통령의 임무까지 사랑한다”고 했다. 뉴욕 월가 금융 전문가라는 화려한 배경에다, 트럼프 대통령의 맏딸 이방카와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부부와의 친분을 내세운 그의 영향력이 더욱 막강해질 것이란 예측이 다수였다. 그는 비서실장을 통하지 않고 대통령에게 직보할 수 있다고 공공연히 떠벌리면서 거침없이 행동했다. 스캐러무치 등용에 반대했던 숀 스파이서 대변인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백악관 권력투쟁의 추는 스캐러무치 쪽으로 더 기우는 듯했다.

스캐러무치는 임무 시작과 동시에 백악관을 들쑤셔놨다. “백악관 내 정보를 유출한 고위 관료가 누구인지 잘 안다”며 ‘참모들의 수장’인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을 정조준했다. <뉴요커> 기자와의 통화에선 프리버스 실장을 두고 “망할 편집증적 조현병 환자”라고 막말을 쏟아냈고,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에 대해서는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비속어를 동원해 맹비난을 이어갔다. 이런 내용이 보도되자 미국 사회는 발칵 뒤집혔고 자격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28일 프리버스 실장이 경질되고 이어 켈리 비서실장이 등판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으로 규율과 제도에 엄격한 켈리 실장은 스캐러무치의 경거망동을 묵과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켈리 실장은 업무 시작에 앞서 스캐러무치 해임을 건의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였다. 백악관 내 권력암투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신임 비서실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켈리는 31일 비서실장 업무를 시작하면서 백악관 직원들에게도 질서와 규율을 강조했다고 한다. <뉴욕 타임스>는 “이방카 부부에게 스캐러무치는 프리버스 축출용이었고 목표를 달성한 뒤에는 그가 쓸모없어졌다”고 해석했다. 스캐러무치 ‘토사구팽’론이다. 스캐러무치가 백악관 내 다른 자리로 옮길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관측도 있으나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스캐러무치는 자신의 해임 소식을 발표 직전까지도 듣지 못했다고 <시엔엔>(CNN)은 보도했다.

스캐러무치를 제압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켈리 실장이 내부 혼란과 권력싸움으로 점철된 백악관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기대감은 크지 않다. <폴리티코>는 “켈리 실장이 백악관 질서 잡기의 가장 큰 걸림돌인 대통령의 트위터는 장악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며 “그가 트럼프 정부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미지수”라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갈무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아랑곳하지 않고 트위터 정치를 이어갔다. 스캐러무치 경질 발표 직전 트위트를 올려 “주가는 사상 최고이고 경제지표는 최근 몇년 만에 가장 좋다. 실업률은 17년 만의 최저치다. 임금은 증가했고 국경 안보도 강해졌다. 백악관에 혼란은 없다”고 주장했다. 경질 발표 직후에는 “백악관의 위대한 하루”라는 트위트를 올렸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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