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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항해기와 빈곤층 지원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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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 마약, 폭력, 10대 출산…’
페루의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비자 엘 살바도르 역시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도시가 성장할수록 주민들의 참여의식은 점차 떨어지고 있고, 부모세대의 경험을 모르는 젋은이들은 급속히 개인화해 가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시내 제3섹터에 자리한 '젊은이를 위한 대안의 집' 회의실에서 호세 루이스 프라도(34) 대표를 만나 비자 엘 살바도르의 현실에 대해 들어봤다. -‘대안의 집’은 어떤 단체인가? =지난 1993년 젊은이들의 공동체 활동 참여 강화를 목적으로 20~30대 활동가 10명이 모여 설립했다. 사무실과 강당 등 모든 건물은 창립 초기 회원들이 직접 지었다. 40만 비자 엘 살바도르 인구의 20%에 이르는 8만 여명이 18~25살 청년층이기 때문에 이들의 관심과 요구에 맞춰 일자리 소개, 마약 및 성 문제 상담, 각종 교양강좌 등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젊은층 인구의 12% 가량이 10대 말에 출산을 경험하고 있어, 지난해부터는 ‘10대 어머니’를 대상으로 하는 미용·요리·재봉 등 직업교육과 함께 자녀 양육법 등 교육 프로그램을 다른 단체와 연계해 진행하고 있다. -비자 엘 살바도르 젊은이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뭔가? =페루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실업이 가장 큰 문제다. 전체 청년층 가운데 의료보험 등 각종 혜택을 받는 상시직에 고용된 이들은 3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임시직으로 일하거나 일정한 직업이 없다. 마약 문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각성이 덜 하지만, 청년층 12~13%가 한차례 이상 마약을 경험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이들로 이뤄진 폭력써클도 시 전역에 걸쳐 약 40개가 조직돼 있는데, 개별 조직마다 약 20~30명씩 조직원을 두고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킨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공동체 의식이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비포장 도로가 줄고, 시내 곳곳에 공원이 들어서고 있다. 생활환경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부모세대의 경험을 잘 알지 못하는 청년층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비단 청년층 뿐이 아니다. 집집마다 벽돌로 벽을 쌓기 시작하면서 이웃 사이에도 점점 벽이 쌓이고 있다. 비자 엘 살바도르 건설의 중심축이었던 자치위원회도 시 정부 출범 이후 급속도로 약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쓰레기가 쌓이면 이웃들이 나서서 함께 치웠지만, 언제부턴가 시에서 할 일이라며 내버려 두는 지경에 이르렀다. -시 당국도 공동체의 참여를 반기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던데….=그런 측면이 있다. 매년 이어져 온 청소년 축제에 대해 시 정부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지난해부터 지원을 끊었다. 그러면서도 미화 100만 달러를 들여 새로운 시 청사를 짓고 있다. 공동체가 갈수록 취약해지면서 예산 편성도 시 당국의 일방적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시 당국의 태도가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상황이 좋아지고는 있다지만, 비자 엘 살바도르는 여전히 리마 주 42개 시 가운데 가장 가난한 도시다. 정착 1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공동체 스스로 해야 할 일을 계속하지 않으면 삶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비자 엘 살바도르/글 정인환 기자, 사진 이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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