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1.05 11:54
수정 : 2018.01.0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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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양 옆의 모니터로 경제 관련 성명을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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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변호사 통해 출판 중지 요구했지만
저자 “트럼프, 고마워요”…출간일 4일 앞당겨
CNN “화염과 분노는 ‘위기 빠진 백악관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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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양 옆의 모니터로 경제 관련 성명을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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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변인들과 백악관 내부 사정을 폭로한 미국 언론인 마이클 울프의 저서 <화염과 분노> 출간을 금지하려 시도했다. 하지만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린 저자는 트럼프에 “고맙다”며 오히려 출간일을 앞당기기로 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사가 4일 <화염과 분노: 트럼프의 백악관 내부>를 발간할 예정인 ‘헨리홀트앤드컴퍼니’ 출판사에 출판과 공개, 배포를 즉시 중지하고 책의 사본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변호사들은 이 책의 저자와 출판사 사장이 명예훼손 혐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매체는 또 트럼프의 변호사들이 책의 주요 취재 대상자인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에게 ‘배넌이 트럼프의 명예를 훼손했을 가능성이 있고 트럼프와의 고용 계약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서한을 3일 보냈다고 했다.
<가디언> 등이 출간 전 입수해 4일 보도한 이 책의 발췌본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조차 그를 모자란 사람 취급한다는 내용, 큰딸 이방카가 대통령을 꿈꾼다는 내용을 비롯해 ‘준비된 대통령’이 아닌 트럼프의 면모를 낱낱이 폭로하는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는 배넌이 “정신을 잃었다”며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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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인 5일 새벽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1~3위를 나란히 차지한 <화염과 분노>의 다양한 판본들. 아마존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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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쪽의 출판 중지 요구에도 책은 오히려 예정보다 더 빨리 나온다. 저자인 울프는 4일 트위터에 “책을 내일(5일) 살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 고마워요”라고 올렸다. 당초 이 책의 출간 예정일은 9일이었다. <비비시>(BBC) 방송은 “트럼프 변호사들의 출판 중지 요구 서한 덕분에 트럼프는 마이클 울프와 그의 저서에 엄청난 홍보를 해줬다”며 관련 내용이 “모든 뉴스와 신문의 첫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염과 분노>는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출간 전부터 양장본, 전자책 버전 등 세 가지 판본이 나란히 베스트셀러 1~3위를 꿰찼다.
한편 배넌은 3일 저녁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미국 대통령은 위대한 사람이다. 나는 밤낮으로 그를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4일 “어조를 정말 빨리 바꿨다”고 했다.
<시엔엔>(CNN) 방송은 “이것(<화염과 분노> 논란)은 트럼프 대 배넌의 대결보다 더 중대하다. 이는 트럼프의 역량에 관한 것”이라며 트럼프가 지난 2일 트위터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향해 2일 “내 핵버튼이 더 크고 작동도 한다”고 적은 것을 환기시켰다. 이 매체는 “<화염과 분노>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지엽적인 것에서 ‘위기에 빠진 백악관의 초상’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는 4일 의견란을 통해 “트럼프월드의 모든 이들은 그가 바보인 것을 안다”며 “울프의 저서를 보면 트럼프는 정보를 처리하거나 결과를 평가할 능력이 없다”고 짚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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