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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25 13:30 수정 : 2005.11.25 13:47

미국은 다양한 인종들로 구성되어 있다. /필진네트워크 newyorker


미국에서 20년 동안 여러 인종 들과 함께 살면서 느낀 것은 역시 개인차가 인종간의 차이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나마 존재하는 인종간의 차이도 상당 부분은 자라온 환경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음은 내가 가지고 있는 각 인종들에 대한 주관적 인상이다.

흑인 (미국 인구의 12%)

나는 흑인들이 고맙다. 그들이 경찰봉에 맞고 개한테 물어 뜯겨 가며 인권 운동을 한 덕분에 나 같은 소수 인종 사람들도 미국에서 차별 받지 않고 살게 된 것이다. 나는 아직도 마틴 루터 킹 목사의 'I have a dream' 연설을 들으면 눈물이 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서 어렵게 자란 사람 중에 좀 거친 사람들도 있지만 대체로 속마음이 착하고 정이 많은 사람들이다.

중남미 계통 사람들 (12%)


흔히들 히스패닉 이라고 불리는 이 사람들은 미국의 미래이자 아마 전세계 사람들의 미래의 모습인지 모른다. 이들은 인종적으로 섞여 있어 흑인이기도 하고 백인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아시아 인이기도 하다. 불법 체류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궂은 일들을 많이 한다. 한국 식당이나 식품점에서 궂은 일 하는 사람들, 재미 동포 가정에 파출부로 청소하는 이들이 대개 이들이다. 중남미에서 불법이건 합법이건 계속 이민오고 있고 아이들도 많이 낳고 있어서 벌써 흑인을 제치고 최대 소수 인종 그룹이 되었다.

게다가 흑인들도 이들과 자신들을 동일시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머지않아 미국의 대통령은 이들 중에서 나올 것이다. 전 국무 장관 콜린 파월l 도 흑인인 동시에 이들 중에 한 사람이다. 제니퍼 로페즈가 미국의 새로운 미녀 상으로 떠오른 것은 내 생각에 아주 의미 있는 일이다. 물론 남미 계 인구가 커지면서 생긴 일이지만 자꾸 대중매체에 나와서 사람들 눈에 익숙해 지면서 미국 사람의 미의 기준을 바꾸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미녀의 상징이던 시절에 제니퍼 로페즈 같은 얼굴로는 하녀 역할밖에 못했을 것이다.

백인 (70%)

대체로 세련되고 보기도 좋은 사람들인데 속을 잘 들여다 보면 겉모습이 비해 별거 없다. 물론 다른 인종 보다 못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을 것이 없다는 뜻이다. 어떤 한국 사람들은 백인과 자기들을 동일시 한다. 물론 백인들은 동양인과 자신들을 동일시 하지 않는다.

유대인 (2%)

대단한 사람들이다. 미국 인구의 2% 밖에 안 되는데 미국 상원 의원의 10% 대학 교수의 10% 기업체 고위 간부의 13% 뉴스 미디어 간부·기자의 25% 할리우드 고위 간부의 60% 를 차지하고 있다. 유대인들은 다른 백인들보다 IQ 가 평균 5 점 정도 높다. (동아시아(한국 중국 일본) 사람들도 백인들 보다 5 점 가량 높다)

이 사람들이 똑똑한 이유 중에 하나는 내 생각에 어떤 진화론적인 적자 생존 원칙이 적용되어서 가 아닌가 싶다. 유럽계 유대인들은 인종적으로 백인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유대인들은 유대인이기를 포기하고 자기 자식 들에게는 유대인이라고 가르쳐 주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유대인으로 산다는 것이 특히 옛날에는 피곤한 일이었던 것이다. 미국 최초의 여자 국무 장관인 올브라이트도 자기가 유대인 후손임을 장관 되기 직전에 알았다. 그러니까 유대인이 근본적으로 다른 인종 집단 보다 똑똑한 것이 아니라 유대인중 똑똑한 사람들만 자기가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어서 유대인들이 다른 집단보다 평균적으로 똑똑해 보이지 않은가 하는 게 나의 추론이다.

2002 년에 1000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ADL's 2002 Survey) 미국인의 17%가 강한 반 유대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소수계인 히스패닉계나 흑인들의 반 유대 감정이 더 크다는 것이다 (35%). 여론 조사에 답할 때 인종차별 주의자로 보이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것을 고려해 볼 때 사실상 더 많은 사람들이 반 유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나 하는 추측이 든다.

나는 고어가 지난 대선에서 유대인인 리버만을 부통령 후보로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남부에서 전패하지 않았고 지금 백악관에 앉아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미국 사람들이 유대인을 싫어하는 이유는 첫째로 그들이 너무나 성공적인 소수계라는 데 있다. 말레이시아의 전 수상인 마하티르가 유대인이 배후에서 전세계를 통제한다는 발언을 해서 크게 뉴스가 된 적도 있는데 위에 언급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20% 의 미국인이 “유대인들의 영향력이 미국 내에서 너무 강하다” 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두 번째 이유는 이스라엘의 대 팔레스타인 정책이다. 51% 의 미국인들이 “미국이 (유대인들 때문에) 지나치게 이스라엘 편을 든다” 고 생각한다고 한다. 소수의 유대인 때문에 “메리 크리스마스” 라는 말도 함부로 못쓴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고 조금이라도 유대인을 차별하는 사건이 생기면 언론에 대서 특필되고 거의 매년 유대인을 구박하면 안 된다는 세뇌적인 영화를 거액을 투자해 만든다고 얄미워 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다른 건 몰라도 이스라엘의 대 팔레스타인 정책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소수 민족의 입장에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유대인들이 긍정적인 역할도 많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유대인들이 미국이 다민족 다 문화 나라라는 것을 미국 사람들에게 계속 상기시켜 준다는 것이다. 소수 계 유대인이 미국 사회에서 그렇게 성공적인 것은 미국사회가 그만큼 공정하다는 뜻이다. 만일 미국 사회에서 유대인을 차별하는 것이 정당화 된다면 그들보다 훨씬 소수이고 힘도 약한 우리들의 입지는 한층 더 좁아질 것이다. 미국사회에서 유대인들과 주류 백인들 사이에 긴장이 존재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 같은 소수계한테는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KKK 같은 인종차별 집단이 소수계를 공격할 때 그 대상에 유대인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면 왠지 든든한 우군이 있는 듯한 느낌이다.

어쨌든 덩달아 유대인들을 다 나쁘게 보는 것은 잘못이다. 한국 정부가 싫다고 미국에 사는 한국 사람들을 다 차별한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백인이건 유대인이건 그 중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지 않나? 미국 언론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조리 있게 비판한 글을 읽고 나서 보면 그 걸 쓴 사람도 유대인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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