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1.16 16:51
수정 : 2018.01.16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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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마틴 루서 킹’의 날을 맞아 거리로 나온 시민들이 킹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포트워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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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마다 행진하고 시민들 모여 트럼프 반이민 정책 규탄
<시엔엔>, “트럼프의 말이 시민권 대표하는 이날을 덮쳤다”
트럼프는 마러라고에서 트위터 외에 일정 없이 휴식 취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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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마틴 루서 킹’의 날을 맞아 거리로 나온 시민들이 킹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포트워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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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주니어(1929~68)의 생일이자 그의 삶을 기리는 ‘마틴 루서 킹의 날’을 맞아 최근 인종주의 발언을 이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성토가 들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백악관에서 이민법 관련 논의를 하다 중미와 아프리카 국가를 ‘거지 소굴’(shithole)이라고 칭한 것으로 알려져 ‘외교 참사’급의 후폭풍을 맞고 있다.
<시엔엔>(CNN) 방송은 15일 “킹 목사가 남긴 이정표에 따라 오늘은 피부색이나 출신 국가로 판단되지 않는 평등 사회를 위한 날이 돼야 했다”며 “안타깝게도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시민권을 대표하는 오늘을 덮쳤다”고 표현했다. 올해는 킹 목사가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흑인 청소 노동자를 위해 운동을 벌이다 암살당한 지 50주기가 되는 해다. 그가 1963년 워싱턴 링컨기념관 광장에서 25만명을 앞에 두고 한 연설 “나에게는 꿈이 있다”는 미국은 물론 세계 인권운동 역사에 깊이 남아 있다.
킹 목사의 자녀들은 아버지의 정신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아들 마틴 루서 킹 3세는 워싱턴에서 열린 행사에서 “우리는 사악한 시대에 살고 있다”며 “문제는 우리 대통령이 권력을 갖고 인종주의를 부추기고 실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킹 목사의 고향인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선 딸 버니스 킹이 “우리는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하나의 혈통, 하나의 운명”이라며 “우리가 함께하는 목소리는 아버지의 유산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보다 더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에서 열린 기념행사엔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와 빌 더블라지오 시장, 척 슈머 민주당 상원의원 등이 참석했다.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우리에겐 우리가 사는 이 도시가 최근 흐름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와 포트워스 등 도시마다 시민 수천명이 모여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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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출신 미국 시민들이 15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별장 인근에서 아이티를 ‘거지 소굴’에 비유한 것으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팜비치/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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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킹 목사 추모 행사에 참석하는 대신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시간을 보내 입방아에 올랐다. 1986년 연방 공휴일로 지정된 이후 전국 각지에선 기념 행사가 열렸고, 이날을 맞아 대통령들은 봉사활동을 해왔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임기 때부터 20여년간 이어진 전통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계정에 올라 온 킹 목사 추모 영상을 리트위트하고 “킹 목사의 꿈은 우리의 꿈이다. 이건 아메리칸 드림”이라며 “우리 나라 바탕에 수놓아진, 우리 시민 마음에 새겨진, 인류 영혼에 쓰인 약속”이라고 적은 것 외에 관련 일정을 잡지 않았다. 대통령 소유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 인근에선 아이티 출신 시민 수백명이 아이티 국기와 손팻말을 들고 “아이티는 ‘거지 소굴’이 아니다”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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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부부가 15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에서 연휴를 보낸 뒤 백악관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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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전문 매체 <더 힐>은 민주당 존 루이스 등 하원의원 5명이 오는 30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연두교서 발표를 보이콧하려는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루이스 의원은 킹 목사와 함께 활약한 흑인 민권운동가 출신으로, 최근 인터뷰에서 “양심상 대통령이 연두교서를 읽는 방에 도저히 함께 있을 수 없다”고 입장을 냈다. 프레데리카 윌슨 의원도 불참 사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주의적 표현을 언급하면서 “대통령의 메시지는 포용과 모든 미국민을 이롭게 하겠다는 내용 대신 비아냥과 공허한 약속, 거짓으로 가득찰 게 뻔하다”고 비난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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