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내 대북정책 둘러싼 강경-온건파 치열한 암투
남북대화 시작된 뒤 강경파 중심으로 대북 제한 타격 흘리기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앞두고 실제 공격 나설지는 의문
코피 전략, 실효성도 없고 모순적, 희생 위험도 너무 커
빅터 차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의 지명 철회 이유 가운데 하나가 제한적 대북 예방 타격을 뜻하는 ‘코피 전략’를 둘러싼 백악관과의 정책 이견 때문이라는 외신 보도들이 나오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대북 정책 기류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코피 전략’의 현실성과 실행 가능성에 대해 의심 섞인 시각이 적지 않다.
31일(현지시각) 트럼프 행정부 내부 사정에 밝은 복수의 워싱턴 소식통의 말을 종합하면, 대북 강경파와 온건파가 정책 노선을 둘러싸고 치열한 쟁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파 쪽엔 마이크 펜스 부통령,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그를 보좌하는 매튜 포틴저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포진하고 있다. 온건파 쪽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두 집단이 항상 긴장 관계에 있었지만, 대북 강경파들의 목소리나 움직임이 최근들어 부쩍 활발해진 시점은 공교롭게도 김정일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이어진 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접촉 분위기와 밀접히 맞물려 있다.
워싱턴에서 ‘코피 전략’ 논의가 수면 위로 급부상한 것은 지난달 8일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가 기폭제가 됐다. 미국 관료들이 전면전을 촉발하지 않으면서도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에 제한된 타격을 가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놓고 논의 중이라는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남북 고위급회담을 코앞에 둔 시점이었다.
<한겨레> 취재 결과, 이 보도 이후 포틴저 선임보좌관이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의 비공개 모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진지하게 코피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틴저 선임보좌관은 ‘제한적 대북 타격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간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백악관이 정말로 군사행동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믿음이 확산된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강경파의 움직임과 보수 언론 보도의 시점 등을 고려할 때, 이들의 목적이 남북관계 해빙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남북 대화를 100% 지지한다”고 발언한 이후 이들이 상당히 당황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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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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