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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3.06 17:41 수정 : 2018.03.06 21:16

여우주연상 수상 연설 중인 프란시스 맥도먼드. 사진 에이비시 영상 갈무리.

미디어 연구자 스미스 박사가 2016년 TED 강연서 공개한 개념
성별과 정체성, 인종 등 인구 구성비 따라 배우 비율 정하자는 제안

여우주연상 수상 연설 중인 프란시스 맥도먼드. 사진 에이비시 영상 갈무리.
지난 4일(현지시간) 2018년 제9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영화 <쓰리 빌보드>의 밀드레드 역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런데 정작 영화보다 더 주목받고 있는 건 맥도먼드가 수상 소감 말미에 “오늘 밤 남길 말”이라며 던진 ‘포용 특약’(inclusion rider)의 뜻이다. 영미권 시청자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날 맥도먼드는 수상 소감에서 먼저 얼마 전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스노보드 스타 클로이 김을 언급했다. 그는 “클로이 김이 올림픽 하프파이프(종목)에서 1080도 연속회전에 성공했을 때 아마 이런 기분을 느꼈을 거예요”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어 <쓰리 빌보드>의 감독 마틴 맥도나와 관계자 그리고 가족에게 감사를 전한 그는 “각 카테고리에 오른 모든 여성 후보들, 배우, 제작자, 프로듀서, 감독, 각본가, 촬영 감독, 작곡가, 작사가 그리고 디자이너들, 모두 저와 함께 일어나 주신다면, 제겐 큰 영광일 겁니다”라며 <더 포스트>로 여우 주연상 후보에 함께 오른 메릴 스트립을 특별히 지목했다.

메릴 스트립을 비롯한 여성 영화인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맥도먼드는 말을 이어갔다. 그는 “서로를 둘러보세요. 신사 숙녀 여러분, 이 사람들을 보세요. 왜냐하면 우리에겐 해야 할 이야기가 있고, 투자가 필요한 프로젝트가 있기 때문입니다”라며 “오늘 밤 파티에서 그 얘기를 꺼내지는 맙시다. 며칠 뒤에 당신의 사무실이나 우리의 사무실, 당신이 편한 곳에서 만나요. 그때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줄게요”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오늘 밤 남길 말은 딱 두 단어입니다. ‘포용 특약’(inclusion rider)”이라고 말한 뒤 연설을 마쳤다. 여성 영화인들을 일으켜 세운 맥도먼드의 연설은 큰 환호를 받았지만,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설명 없이 알아듣기는 힘들다.

<가디언>의 설명을 보면, 맥도먼드가 언급한 ‘포용 특약’은 언론인이자 미디어 연구자인 스테이시 스미스 박사가 2016년 ‘할리우드의 여성 차별’이라는 테드(TED)의 강연을 통해 처음으로 주장한 개념이다.

스테이시 스미스 박사가 발표한 연구 결과. 사진 테드 영상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해당 강연에서 스미스 박사는 자신의 팀과 함께 2007년부터 2015년까지 800편의 영화에 등장하는 대사가 있는 캐릭터 전체를 분석한 바 있다. 당시 스미스 팀의 분석을 보면, 이 기간에 여성 캐릭터의 비중은 3분의 1을 넘은 적이 없었으며, 발전하는 양상을 보이지도 않았다. 스미스 박사는 이 연구의 결과가 1946년부터 1955년에 나온 영화를 분석한 결과와 견주어 봐도 동일하다고 밝혔다. 이 강연에서 스미스 박사가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성비 및 인종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꺼낸 해결책이 바로 ‘포용 특약’ 개념이다.

할리우드의 최정상급 스타들은 촬영장에서의 휴식 공간, 식사의 질과 메뉴, 교통수단 등 모든 요구사항을 자세하게 적은 계약서를 작성하는데, 이 조항 가운데 성별과 정체성, 그리고 인종 등에서 미국의 인구 구성비를 반영해 캐릭터를 선별하도록 하는 특약을 넣자는 얘기다. 물론 이는 극의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화 하자는 뜻은 아니다.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스미스 박사는 “일반적으로 영화에는 40~45명의 대사 있는 배역이 등장하는데, 이 가운데 스토리와 관련 있는 배역은 8~10명뿐이다. 즉, 나머지 30여명은 극 중에서 작은 역할을 맡을 뿐이라 이 성비를 극 중의 배경이 가진 인구 통계와 맞춘다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특히 그녀는 해당 강연에서 영화 예술의 요소인 ‘스토리 텔링(이야기하기)’의 힘을 강조했다. 그는 “스토리 텔링은 너무도 중요하다. 이야기는 사회가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교훈을 주며, 우리의 역사를 공유하고 보존한다”며 “이야기는 정말 놀라운 도구인데, 그 이야기를 할 기회는 공평하지 않다”고 밝혔다.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여성 영화인들을 일으켜 세운 뒤 ‘우리 모두 할 얘기가 있다’고 말한 맥락과 일치한다.

브리 라슨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지지 선언. 사진 에이피/트위터.
한편 맥도먼드의 연설이 있고 난 뒤 몇몇 배우들이 이 ‘포용 특약’ 개념을 지지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히 2016년 영화 <룸>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미국의 가수이자 배우 브리 라슨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으로 “포용 특약을 지키겠어요. 저와 함께하실 분”이라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박세회 기자 sehoi.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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