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그를 궁지로 몰아넣었던 악재들이 그치기는커녕 계속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부시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만든 가장 최신의 악재는 이른바 부패 스캔들이다.
워싱턴의 유명 로비스트 잭 아브라모프의 로비 의혹을 수사중인 미 법무부가 공화당 소속 상.하원의원과 부시 행정부 관리들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8일에는 8선인 랜디 커닝햄 하원의원(공화.캘리포니아)이 수뢰와 탈세 혐의로 의원직에서 물러났다.
국방문제 전문가인 커닝햄 의원은 하원 테러리즘 및 정보 소위 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중견인데, 직무와 연관된 군수업자 등으로부터 현금과 현물로 240만달러를 챙긴 혐의가 드러나면서 이날 의원직에서 사퇴했다.
그를 기소한 캐럴 램 검사는 커닝햄 의원이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최악의 잘못을 저질렀다면서 그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축재하고, 자신을 뽑아준 사람들의 신뢰를 저버렸다고 비난했다.
`게이트'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아브라모프에 대한 수사에서는 이름이 오르내리는 의원만도 톰 딜레이 전 미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텍사스), 봅 네이(오하이오), 존 둘리틀(캘리포니아) 하원의원 및 콘래드 번스 상원의원(몬태나) 등 4명에 달해 부담감을 가중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가뜩이나 코너에 몰린 상태이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늑장대응, 이라크전 사망 미군 2천명 돌파, 해리엇 마이어스 대법관 후보 지명 철회 파문, '리크게이트'와 루이스 리비 부통령 비서실장의 사퇴 등 쉴새없이 터지는 메가톤급 사건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민심의 소재를 반영하듯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40% 이하로 떨어진 뒤 반등하지 못하다가 지난 17일 여론조사기관인 해리스 인터랙티브 설문조사에서는 재임 중 최저인 34%까지 밀렸다.
최근의 부패 의혹들은 공화당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에 흠집을 낸다는 점에서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에게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이미 딜레이 전 원내대표와 빌 프리스트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등 2명의 거물이 각각 선거자금법 위반 및 부정 주식거래 등의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한때 워싱턴 정가를 주름잡았던 딜레이 전 원내대표는 지난 2002년 텍사스주 선거 당시의 역할과 관련해 선거자금법 위반, 돈세탁 혐의로 기소돼 '공화당=윤리의식 결여 정당'이라는 멍에를 안겼다.
프리스트의 경우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됐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타격이 컸다.
이미 공화당 내에서는 부시 대통령을 기피하려는 움직임까지 있어 뒤숭숭한 당내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최근 미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나섰다가 패배한 더글러스 포레스터가 부시 대통령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고 화살을 돌릴 정도였다.
정치적 전력이 약화될대로 약화된 부시 대통령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그리 다양하지 않아 보인다.
공화당의 차기 대권주자 후보군을 부상시킴으로써 난국을 돌파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겠으나 재임기간이 3년이나 남은 상황에서는 레임덕만 자초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quintet@yna.co.kr (서울=연합뉴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