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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13 17:26 수정 : 2005.12.13 17:26

아르헨티나의 한 초등학교에는 요즘 뒤늦게 글을 깨우치려는 성매매 여성들이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영국의 BBC 인터넷판이 13일 보도했다.

BBC는 아르헨티나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인 코르도바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는 매일 등교하는 성 노동자를 위해 읽기와 쓰기, 산수를 가르치고 있다고 매춘부 출신으로 이 학교를 설립한 마리아 에우헤니아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이 초등학교 교육 과정의 대부분은 성매매 여성들의 문맹을 깨우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성매매 여성의 90% 가량이 초등학교를 마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25년간 매춘부 생활을 해온 파트리샤(41)는 학교에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그동안 제대로 말을 못하고 제대로 쓰지 못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아느냐"고 반문하고 "글을 배움으로써 나의 삶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임신한 게 탄로나 집에서 쫓겨난 뒤 지금은 생후 10개월된 아이와 함께 사는 마리사(20)는 "그동안 외롭게 살아왔는데 이제 이 학교에서 다른 사람들도 알게 됐고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 다니는 여성들은 2003년 8월 학교 설립 이래 매일 오후 등교해 수업을 받고 있으며, 학생 수는 당초 10명에서 22명으로 늘었다.

학교에 다니는 여성이 모두 섹스산업 노동자는 물론 아니다. 일부는 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노점상이거나 노숙자들이다.

지방정부는 이 학교의 일부 교재구입비와 교사의 월급을 지원해 주고 있다.


이 학교는 성매매 여성의 권리보호를 위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아르헨티나 성매매여성연합이란 단체의 후원을 받고 있고 이 단체의 건물에 둥지를 틀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매춘이 불법은 아니지만 전국에 흩어져 있는 성매매 여성들은 경찰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때로는 재판도 거치지 않고 투옥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져 경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인 마르 상귀네티는 경찰이 그들을 구속하지 않다는 조건으로 종종 성매매 여성의 수입을 가로채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성매매 여성의 돈을 착취하려고 경찰이 가혹하게 대하고 있다"면서 "경찰은 아무것도 건네주지 않는 성매매 여성을 구속할 권한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금품갈취 의혹에 대해 현지 경찰은 코멘트하기를 거부했다고 BBC는 전했다.

한편, 지난 5월 코르도바에서는 한 성매매 여성이 고객의 집안 뜰에서 숨진 채 매장돼 있는 것으로 발견됐으나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와 관련, 아르헨티나 성매매여성연합 회원 등은 사법당국을 비판하는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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