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17 10:33
수정 : 2005.12.17 11:46
조지 부시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이유로 미국인에 대한 도청을 허용했다는 뉴욕타임스의 보도로 인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6일 부시 대통령이 9.11 테러 이후 국가안보국(NSA)에 대해 법원의 영장 없이 미국 영토 안에서 수백명의 e-메일과 국제전화를 추적하도록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NSA는 통상 미국 영토 안에서 도청행위가 금지돼 있으며, 필요시 특별법원의 승인을 얻어 도청을 해야 한다.
뉴욕타임스의 보도 후 상원 법사위 위원장인 알렌 스펙터(공화) 의원은 "이것이 적절치 못한 행동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상원은 "매우 매우 긴급한 최우선 과제"로서 내년 초 청문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존 매케인(공화) 의원도 그 같은 이야기는 우려스런 일이라며 부시 행정부의 해명을 요구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상원은 16일 올해로 시한이 만료되는 테러방지법인 이른바 `애국법'의 사찰조항 시효를 연장해야 한다는 부시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하고 "미국인의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애국법안을 처리하지 않았다.
특히 찰스 슈머(민주) 의원은 "정부가 영장 없이 수 천 건의 전화 내용을 도청했다는 뉴욕타임스의 폭로는 충격적"이라며 이 보도 후 상원의 애국법안 투표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케네디(민주) 의원은 "함부로 날뛰는 빅 브라더의 모습"이라며 "전 상원의원과 미국인의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충격적인 폭로"라고 개탄했다.
인권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은 법원의 명령 없이 미국 내 도청은 "불법행위이자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시민의 자유를 희생해가며 과도한 대통령 권한을 요구하고 있고, 대통령을 법 위에 올려놓고 있다"고 성토했다.
도청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날 저녁 PBS의 `짐 레러 뉴스아워'에 출연한 부시 대통령은 뉴욕타임스의 보도 내용에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채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한 대통령의 임무만을 강조했다고 CNN 인터넷판은 17일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 진행 중인 정보활동을 논의할 수 없다며 "9.11 이후 법의 틀 안에서 국가를 보호하기 위한 대통령의 권한 중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그것이 정확히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방식"이라고 우회적으로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미국인들이 알고자 하는 포인트는 두 가지"라며 "하나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이고, 두 번째는 그런 과정에서 시민의 자유를 보호하고 있는가 이다"라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 두 질문에 내한 내 답변은 `예스'다"고 말했다.
앨버토 곤잘러스 법무장관도 NSA의 도청여부에는 답변을 회피한 채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정보와의 전쟁에서 이기는 것을 요구한다"고 정부의 입장을 옹호했다.
(서울=연합뉴스)
kjh@yna.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